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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몇 해 전 가을, 강화남단에 있는 갯벌센터를 들렀다가 동막해수욕장 방향으로 차를 달렸다. 흥왕리 일대의 들판과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동막해수욕장 조금 못미쳐 칠면초 군락이 붉게 펼쳐져 있어 눈길을 확 끌었다. 자세히 보니 칠면초뿐만 아니라 진한 녹색의 갈대 같은 풀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자라는데 순천만에서 본 갈대처럼 아름다웠다.

 시간이 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화남단에 외래종 갯끈풀이 출현했는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목하는 악성의 침략적 외래종 100종에 포함된다는 둥, 갯벌의 파괴자라는 둥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환경부와 해수부에서 생태계 교란식물로 갯줄풀과 영국갯끈풀을 추가 지정했는데 갯줄풀은 전라남도 진도 갯벌에 출현하고 영국갯끈풀은 강화도 남단에서 시작해 세력이 확장되면서 영종도에서도 확인됐다고 한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영국갯끈풀은 갯벌에서 자라는 다년생 벼과식물로서 씨앗뿐만 아니라 튼튼한 땅속줄기를 길게 뻗어 세력을 확장하며 키는 3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자라는 곳은 갯벌 상단뿐 아니라 갯벌 하부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주로 갯벌 상부에서 관찰되고 있다. 4월에 새로운 싹이 나서 10월 이후까지 성장하며 8월에서 10월까지 꽃이 핀다. 영국갯끈풀의 세력이 워낙 세기 때문에 칠면초나 갈대 등 토종식물을 몰아내고 갯벌을 독차지하며 갯벌 생태계를 바꾸어 기존 갯벌 동물까지 바꾸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초순에 다시 찾은 강화남단 영국갯끈풀 분포지역은 생각보다 넓었다. 11월에 다른 식물들은 갈색으로 대부분 변했는데 혼자만 진한 녹색으로 왕성하게 생육하는 듯 보였다. 해양환경관리공단에서 작업을 했는지 대부분 30∼40cm 키를 가졌는데 자세히 보니 한 번 잘린 후에 다시 자란 모습이었다. 젊은 직원에게 한 움큼 잡고 뽑아보라고 했는데 힘을 못쓰는 것인지 도무지 뽑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료에서 본 것같이 손으로 뽑아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중장비나 삽 등을 이용해 캐내는 것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뿌리가 깊어 캐내는 과정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100% 캐내지 못하면 끊어진 땅속 줄기에서 새순이 나오면 헛수고가 된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잘린 후에 다시 자란 몇몇에서는 새로 이삭이 나고 꽃이 핀 흔적이 있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잘린 몇몇의 풀이 죽은 것이 보였다. 예초기로 자르는 작업이 의외로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이다.

 영국갯끈풀의 세력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영국갯끈풀의 가장 큰 약점은 눈에 쉽게 띈다는 것이다. 다른 풀들이 거의 자라지 못하는 소금끼 있는 갯벌에 자라기 때문에 너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다른 식물과 섞여 자라지 않고 가을에는 늦게까지 녹색이니 찾아내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착 초기에 빨리 찾아서 손으로 뽑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는 반드시 표시를 해야 한다. 표시를 하고 매년 확인하면 새롭게 정착하는 것은 쉽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것은 이미 자라 땅속에 튼튼한 뿌리와 지하 줄기를 두고 있는 군락이다. 여기에서는 점, 선, 면의 3가지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본적인 생각은 식물은 광합성을 못하거나 성장 부위가 잘리고 열매를 맺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합성을 못하게 하는 방법은 8월께 꽃피는 초기에 예초기로 자르고 더 자라지 못하게 바닷물이 통할 수 있는 검은색 천이나 촘촘한 그물망을 덮는 것이다. 그리고 천으로 덮기 어려운 곳은 30㎝만 다시 자라도 꽃이 새로 피기 때문에 20∼30㎝ 자랄 때마다 주기적으로 잘라 주어서 꽃피는 것을 차단하면 2∼3년 안에 많은 수가 고사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영국갯끈풀이 넓게 퍼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재앙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작업자가 팀을 이뤄 꾸준히 제거 작업을 한다면 성과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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