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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보육센터와 일자리 지원기관이 모여 있는 인천 남구 도화동 제물포스마트타운(JST) 전경.
청년들은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아우성이다. 정부는 대책으로 일자리 확대와 창업을 앵무새처럼 외친다. 하지만 창업전선에 뛰어든 젊은 벤처·스타트업 기업인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이들에게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지원제도의 벽은 높기만 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바람은 창업·벤처 관련 지원정책의 정비다. 획일적인 탓에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기준 인천의 벤처기업 수는 1천200여 곳, 스타트업 기업은 500여 곳에 달한다. 지역 창업보육센터를 둔 남구 제물포스마트타운과 인천IT타워가 이들의 주무대다.

해당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자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기술은 있으나 돈이 없어 상업화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3년차 벤처기업인 에이치이솔루션의 송기현(44)대표는 지난달 30일 ‘전계완화용 폴리머 컷아웃 스위치(COS) 제작을 위한 설계기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장관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기존 제품보다 절연 성능이 22∼24% 뛰어나며 무게도 더 적게 나간다.

하지만 인천시의 과학기술상 심사에서는 ‘매출’이 없어 탈락했다. 송 대표는 "상을 받은 건 영광이지만 정작 신제품 출시는 기존 업체들의 견제 탓에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며 "지원과 평가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벤처 및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출이 있어도 신기술이나 특허가 없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장품과 유아·아동용 제품 등을 만드는 MB네이처는 2015년 법인을 세웠다. 창업 당시 직원은 8명까지 있었지만 계속되는 자금난 탓에 지금은 이상호(51)영업이사와 대표 등 2명이 근무한다.

이 회사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에 기업보증을 받으러 갔다 거절당했다.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실적은 인정하지만 신기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꼭 신기술이나 특허가 없어도 수출실적이 있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JST에 입주한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 제조 벤처기업인 네오스텍㈜ 전진오(35)대표도 요즘 고민이 크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달 내는 수십만 원의 임대료와 관리비가 버거워서다.

전 대표는 "창업 시작부터 힘들다"며 "한국에서는 벤처나 스타트업 기업이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날을 지새며 피땀 흘린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볼 수 있기만을 기대한다. 말로만 지원이 아닌 진정한 창업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인천시장 후보들에게 바랄 뿐이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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