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글로벌GM과의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협상 결과를 내놨다. 한국지엠의 협력업체 지원 방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다.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후 남는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비정규직 근로자 2천여 명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부평2공장은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상태나 신차 배정 소식은 없다. 내수시장 판매 실적은 3개월째 반토막 난 상태다. 이미지 쇄신이 절실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환영한다’는 반응과 ‘실패한 협상’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인천지역 경제·시민사회단체 62곳이 모인 ‘한국지엠 조기정상화 및 인천경제살리기범시민협의회’는 "인천의 자동차산업을 살리려는 인천시민들의 소망이 이뤄졌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범시민협은 "부평디자인센터의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부품업체 적극 활용 결정은 지역 자동차산업 재도약에 큰 발판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설치할 곳은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시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도 정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으로 지역 협력업체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한국지엠에 대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도 "한국지엠 이슈가 결실을 맺은 것을 인천시민들과 함께 환영한다"며 "이제는 지역 자동차산업 발전과 일자리 확대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승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은 "협력업체들은 지난 4개월 동안 도산이라는 끝 없는 공포에 시달려 왔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글로벌GM의 협력 협약으로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야당의 반응은 ‘실패한 협상’이라고 주장했다.자유한국당 GM대책특별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모든 게 글로벌GM의 뜻대로 이뤄진 실패한 협상"이라고 혹평했다. 정유섭 특위 위원장은 "실사에서 한국지엠 부실 원인으로 지목됐던 매출 원가율과 연구개발비, 본사 차입금 문제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적자 원인인 본사 차입 문제도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며 "정부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장 후보도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은 기존에 공개된 내용들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래 발전 전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아태지역본부 유치에 생산 업무 포함 ▶라이센스 및 지적재산권 이전 보장 ▶전략 차종 계획 구체화 ▶실사 결과 공개 및 검증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정부와 글로벌GM 간의 협의 결과가 나옴에 따라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31일 공식 폐쇄된다. 현재까지 희망퇴직을 한 군산공장 근로자는 총 1천250여 명이고, 남은 근로자는 640명 정도다. 남은 근로자들을 부평·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하고 나면 300여 명이 남는다. 한국지엠 노사는 3년간 이들의 생계비를 절반씩 나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조합원들의 비용 분담이 필요해 성사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군산지역을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전진기지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군산공장 활용 방안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않았다.

특히 한국지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부평공장 1천200명, 창원공장 680명, 군산 100여 명 등 2천 명에 달하지만 정부 발표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선 해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불법 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해고자 복직 방안이 빠진 지원은 ‘묻지마’ 지원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평2공장은 군산공장 폐쇄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이달 들어 일주일에 2~3일 만 가동되면서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질 당시에도 가동률이 20%에 불과했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말리부는 내수판매가 줄고 있는 데다가 2022년 단종될 예정이다. 신차 개발을 위한 생산라인 교체와 신규 투자확약이 절실한 상태다. 더한 문제는 차량을 많이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량이 반토막 난 상태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내수판매 실적도 5천 대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5% 떨어진 수치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위기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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