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5년부터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을 입주시켜 상권 활성화와 청년 창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였다.
사업이 시작된 지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전국 전통시장 내 청년몰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이 문을 닫았다.
만들고 보자는 식의 지원이 빚은 결과다. 본보는 인천지역 전통시장 사례를 통해 청년상인들이 실패한 이유 분석과 창업 성공을 위한 준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시장 골목에서 20년 넘게 미제 물건을 팔고 있는 A씨(여)는 "워낙 상권이 죽어 누가 오더라도 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옛 중소기업청)와 동구는 2015년부터 ‘동구밭 청년길’이라는 이름으로 이곳 시장에서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청년몰 10곳으로 시작한 ‘동구밭 청년길’은 2016년 사업 성과 평가에서 전국 20개 시장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갔다. 2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청년몰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서류상으로는 청년몰 7곳이 남아 있었지만 평일 낮에도 문을 닫은 청년몰이 더 많았다.
6개월 전 청년몰 점포 자리를 넘겨 받은 B(34·여) 씨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던 청년상인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 둔 뒤 일반 회사에 취업했다고 들었다"며 "저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먹고 살지만 유동인구가 워낙 없어 장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청년몰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 떡볶이 집을 하고 있는 신기항 동인천중앙청년상인회장은 청년 상인들의 경험과 경영노하우 부족, 콘텐츠 부재 등을 지적했다.
신 회장은 "청년 상인들이 경영에 전념하기보단 개인 활동에 치중해 점포를 비우는 일이 잦았다"며 "너도 나도 공방을 운영하면서 차별화도 부족했고, 1년 뒤 지원이 끊기면서 수입이 줄자, 시장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청년몰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시장이 지닌 역사 및 문화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동인천중앙시장을 찾았던 어르신들이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개량 한복이나 옛 교복을 입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냉면과 국밥거리를 부활시키는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어우러져야 시민들이 시장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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