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5년부터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을 입주시켜 상권 활성화와 청년 창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였다.

사업이 시작된 지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전국 전통시장 내 청년몰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이 문을 닫았다.

만들고 보자는 식의 지원이 빚은 결과다. 본보는 인천지역 전통시장 사례를 통해 청년상인들이 실패한 이유 분석과 창업 성공을 위한 준비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지난 25일 오후 동구 동인천중앙시장 전경. 동인천중앙시장은 경인국철 동인천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지만 원도심의 한계로 수년 전부터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2016년 이곳에는 청년 상인 10곳이 창업몰을 열었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몰은 한 곳뿐이다.  김덕현 기자
▲ 지난 25일 오후 동구 동인천중앙시장 전경. 동인천중앙시장은 경인국철 동인천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지만 원도심의 한계로 수년 전부터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2016년 이곳에는 청년 상인 10곳이 창업몰을 열었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몰은 한 곳뿐이다. 김덕현 기자
지난 25일 오후 4시. 인천시 동구 동인천중앙시장은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낡은 3층 건물이 길게 늘어선 전통 혼수거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때 불야성(不夜城)을 이뤘던 양키시장 골목 상점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려 음침함을 더했다. 시장 앞 동인천역 북광장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각자의 일상을 재촉했다.

시장 골목에서 20년 넘게 미제 물건을 팔고 있는 A씨(여)는 "워낙 상권이 죽어 누가 오더라도 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옛 중소기업청)와 동구는 2015년부터 ‘동구밭 청년길’이라는 이름으로 이곳 시장에서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청년몰 10곳으로 시작한 ‘동구밭 청년길’은 2016년 사업 성과 평가에서 전국 20개 시장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갔다. 2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청년몰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서류상으로는 청년몰 7곳이 남아 있었지만 평일 낮에도 문을 닫은 청년몰이 더 많았다.

6개월 전 청년몰 점포 자리를 넘겨 받은 B(34·여) 씨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던 청년상인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가게를 그만 둔 뒤 일반 회사에 취업했다고 들었다"며 "저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먹고 살지만 유동인구가 워낙 없어 장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청년몰 중 유일하게 살아 남아 떡볶이 집을 하고 있는 신기항 동인천중앙청년상인회장은 청년 상인들의 경험과 경영노하우 부족, 콘텐츠 부재 등을 지적했다.

신 회장은 "청년 상인들이 경영에 전념하기보단 개인 활동에 치중해 점포를 비우는 일이 잦았다"며 "너도 나도 공방을 운영하면서 차별화도 부족했고, 1년 뒤 지원이 끊기면서 수입이 줄자, 시장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시장과 청년몰이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시장이 지닌 역사 및 문화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동인천중앙시장을 찾았던 어르신들이 추억을 되살릴 수 있게 개량 한복이나 옛 교복을 입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냉면과 국밥거리를 부활시키는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어우러져야 시민들이 시장을 다시 찾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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