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시작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짧은 봄방학도 방학이라고 겨울방학의 여운을 이어가려 이것저것 챙기지만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조바심이 학원행렬을 멈추기 어렵게 한다. 방학도 없이 교실과 학원을 오가며 학년진도를 앞선 선행학습의 모범을 보여주고 잘 적응하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하니 교육부가 사교육비경감대책을 발표한 시점에서 앞으로 교육현장이 어떠한 변화와 실천의지를 보여줄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 진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학교가 보충자율학습과 방과후 학습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진로지도와 상담전담교사를 두며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지도, 수준별 이동수업의 실시 등 대책안들이 그간 논의되지 않은 새로운 과제들인지. 대입 대비 또는 특정고 입학을 위한 변칙교과운영과 비합리적인 학교운영에 동조하며 학생을 쥐잡듯 잡는 교사들의 알 수 없는 충성심과 학부모의 인내심을 곁들인 침묵에 대해 설명해보자.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대책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더군다나 학생의 자율성과 자치권, 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 정서에선 말이다. 뜬금없이 무슨 학생의 자율권과 선택권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사교육비를 부추긴 정부 실책(失策), 학부모의 조급증과 이기심이 문제이지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교육환경여건 조성과 교사를 신뢰하는 풍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비 문제는 학교의 달라지려는 결단과 정상적인 운영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다음은 학벌지상주의 경고에 대한 학부모 대상 설득과 공유이다. 학생들에겐 합리적인 동기가 부여되면 적절한 시기에 그들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기 마련인데 그 동기는 바로 자신들의 자치능력과 선택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교육계가 믿어주는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왜곡된 학교현장의 모습과 교과운영의 변칙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의 설득을 들어보자면 낯뜨겁다. 대학에 입학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모두 용서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달라, 모두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 부모의 학창시절도 그랬다, 성공을 위해 누구나 어느 학교나 다 그렇게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지금의 고통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합리화하기 바쁘다.
 
이런 교육풍토 속에서 인권이나 선택, 자율, 자치의 개념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얼마가 들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변칙과 편법을 학교와 가정에서 앞서니 이게 되겠는가. 통제와 획일적 운영이 학교교육을 황폐화하고 제도와 여건 탓만하며 자기집단의 변화는 외면하는 한 학교는 망가지는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교육의 어떠한 논리와 정책 중심에도 학생과 학생의 인권은 논의에서 빗겨가서는 안된다. 학생의 자치, 자율, 선택은 곧 학생의 인권과 직결된다. 이를 지도하고 방향제시하는 것이 학교일진데 이런 논의는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개학이 두렵다는 학생, 학교에 가기가 겁난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부적응 학생의 일탈과 홈스쿨링 학생 등 제도교육을 떠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로 인해 타의에 의한 교육포기의 위기에 처한 사례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낭비가 아닌가. 국가가 책임져야할 국민의 교육을 사적으로 부담해야하고 희생을 강요해야하니 말이다. 학교를 거부하고 교사를 불신하는 지점과 결코 무관할 수 없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02년 인권상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과 권리보다 자신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한양대 석사논문의 설문에서 학생 10명 중 7명이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56.7%의 학생이 학교에서 차별을 받아봤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조사와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침해 주체가 학생을 보호해야할 주체인 교사라는 사실이다. 학생의 두발, 복장검사, 소지품 검사 및 몸수색, 폭력적 체벌 및 폭언 등은 너무 오래동안 학교안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폭력과 폭언이 용인되고 학생의 인권이 무시돼도 집단의 은폐와 방치가 유일하게 잘 조직된 곳이 학교라고 말하면 너무한가.
 
이제 곧 개학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우리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들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박탈하도록 방치하지 말자.

박인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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