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를 연구하든 연구자에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자료가 풍부할 때이다. 따라서 연구의 주제가 결정되면 우선 먼저 해야하는 작업이 자료의 조사와 분석이다.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한 기존의 연구업적을 밝히고, 자신의 연구성과를 제시하며, 지금까지 연구에서의 문제가 무엇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이러 이러한 내용이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것을 명백히 해주는 것이 연구자의 보람이다.

만약 기존의 연구성과를 다루지 않거나 의도적이든 아니든 누락시킨다면, 그 연구의 결과는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가치가 반감된다. 왜냐하면 그 연구의 결과가 자신의 업적인지 아니면 타인의 연구성과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연구서'가 갖는 어려움이며 일반 `정리서'와 다른 점이다.


산적한 인천 역사문화 정리·연구

 
지방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그 유래가 깊음에도 불구하고 몇 몇의 주제를 제외하면 대체로 `정리서'의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다. 오래전부터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종합되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지기보다는 중앙을 위주로 지방사를 언급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것이 학문의 주체인 대학에서조차 지방사가 외면당한 한 원인이었고, `향토사'는 곧 지방 원로들의 전유물이라는 등식으로 고착된 것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리·연구가 그나마 활발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인천을 사랑하는 인사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라 하겠다.
 
최근 지방사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지방화 시대가 도래한 것에서도 연유하겠지만 잊혀져 가는 내 고장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리·연구를 하나 하나 분석해 들어가다 보면 몇 몇의 주제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의 인천사 연구는 그 연구의 폭이 넓지 못한 실정이고 지표조사라든가 관청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구되는 경향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일들이 어찌 인천에만 한정된 일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관·민·학(官·民·學)이 동시에 어울어져 인천사 전반에 걸친 재조명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은 선구지(先驅地)로서의 자부심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 선구지에 대한 많은 부분의 연구가 2~3쪽의 분량밖에 되지 못하는 정리서 단계(?)이며, 그나마도 `인천시사'의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야만 한다.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그 연구의 결과가 또다시 새롭게 정리되어 일반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괴리 현상은 선구지에 대한 연구가 연구주제로서 탐탁치(?) 않았던 데에서 기인할 수도 있고, 연구성과라 하더라도 그 빛을 보는 것이 지역에 한정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는 기존의 전문 연구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왔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시민이 공감하는 향토사 정립

 
인천사의 정리 연구는 이제 조금씩 가속도가 붙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공백이 너무나 컸던 관계로 해야할 일도 너무나 많다. 그 중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해야할 대중화의 문제까지 안고 있다. 이 모두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인천사 연구의 방향에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이 잘못인지 하나 하나 따져가면서 살펴보면 된다. 자료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찾으려 노력해서 찾으면 되고, 대가만 있고 후진이 보이지 않는다면 후진을 양성할 방안을 찾으면 된다. 역사나 문화의 대중화에 실패였다면 모든 시민이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쉬운 대중서를 만들면 된다.
 
이제부터라도 연구주제로서도 외면당한 문제들을 노출시켜 하나 둘 단계적으로 조사·정리·연구하다 보면 인천의 역사와 문화는 온 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향토사로 자리하고,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설 때 그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섬이 몇 개나 되고 우리 동네 뒷산의 자그마한 구릉이 이름이나 붙여져 있는지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인천 역사문화연구의 출발일 것 같다.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역사문화연구실 전문위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