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일으킨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으로 알려진 미 해병대 출신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8)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 법정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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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이 재판받은 법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중앙구역 관할 법원 청사인 에드워드 로이벌 연방빌딩에서 열린 이날 심리는 지난주 체포 직후 첫 심리와 달리 방청객에게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노란색 수의를 입고 나온 크리스토퍼 안은 직접 발언하지 않고 변호인인 켈리 스틸 변호사를 통해 주장을 폈다.

 진 P.로젠블루스 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변호인은 크리스토퍼 안이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틸 변호사는 오토 웜비어 사건을 예로 들면서 피고인의 신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있으며 그가 스페인으로 추방되면 북한으로 압송돼 처형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습격 사건을 주도한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의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도 CNN 인터뷰에서 "홍 창이 북한 암살단을 피해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안의 변호인은 신변 위협을 이유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그러나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미국시민인 피고인이 공정하게 인도 절차에 관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춰 재판을 비공개로 해달라는 변호인 측 요청을 기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크리스토퍼 안의 보석 여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 측은 그가 LA에서 태어나 커뮤니티에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왔다면서 피고인의 보석을 허용해 가택연금 상태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

 스틸 변호사는 "24시간 전자감시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에서 보석을 요구한다"면서 "피고인은 도주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당국을 대리한 존 룰레지안 검사는 이에 대해 연방수사국(FBI) 수색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안이 불법 무기를 소지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수사당국은 여러모로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룰레지안 검사는 "안이 공범인 홍 창과 함께 있었던 사실과 그가 스페인 대사관 앞에서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크리스토퍼 안을 스페인으로 추방할 경우 북한으로 압송될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 "미 법무당국은 피고인 신병을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것이지,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변호인·검찰 주장을 각각 청취한 뒤 "현 상황에서는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용해야 할 만한 특별한 정황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는 범죄의 중대성과 심각성, 국제적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방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라며 보석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날 법정에는 크리스토퍼 안의 가족·친지로 보이는 30여 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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