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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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행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19.09.23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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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이상익 태영 이엔씨 고문

2008년 미국 영화의 제목으로서 원제는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제8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한 코엔 형제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상영된 적이 있다. 

영화 속에서 노인이란 본래 오래된 경험과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주인공 보안관 벨은 등장인물들 중 가장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의 노인역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멕시코 국경 마약과 갱단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무능한 모습만을 보여 준다는게 주요 줄거리다. 결국 이 영화는 현실 세계에서 노인이란 이율배반적이고 많은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다소 부정적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첫 구절인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을 인용했다. 노년에 이른 예이츠가 늙음에 대한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명상하는 내용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험악해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게 돌아가기 때문에 더 이상 노인이 살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지금도 노인의 지혜와 소중함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여러 고사성어와 격언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동양에서는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과 늙은 말이 길을 잘 찾아 간다는 ‘노마지지(老馬之智)’가 대표적이다. 또한 고대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는 노인은 완숙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든가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옆집에서 빌려와라’, 또는 ‘나이는 달력이 아니다’라는 서양 격언이 노인의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8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에는 전체인구 21%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작금 고령층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 소일거리 없이 오래 사는 것. 우선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7년 기준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4%와 비교하면 더욱 부끄러울 정도다. 기초연금 도입과 정년 연장 등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후에 기초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아프면서 오래 사는 고통이다. 고령층의 기대 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8.4년이다. 질병이나 다친 상태로 8.4년을 어렵게 살아간다. 대부분의 노인이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누구도 늙고 병들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생로병사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뜻이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나 문화공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홀몸노인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노인 자살률도 10만 명당 58명으로 OECD 회원국의 거의 3배로 불명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노인취업, 연금 및 의료보험 개편, 분배형 복지제도, 기초연금 인상에 있어서는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이 정부·여·야 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보산업화 시대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자산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노인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노인인권 침해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편, 최근 노인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실천형 선배시민(Senior Citizen)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조직화를 통해 노인으로서 존엄성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신노년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는 중이다. 새삼 "노년에는 스스로 싸우고, 권리를 지키며, 누구든 의지하려 하지 않고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스스로를 통제하려 할 때에만 존경을 받을 수 있다"라는 키케로의 외침이 시공을 초월한 절대 진리인 듯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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