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비극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가수 겸 배우 설리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나 그의 절친인 가수 구하라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녀들의 나이 이제 스물다섯(설리), 스물여덟(구하라)이다.

 둘은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이었다. 높은 인기만큼 끊임없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힘든 일도 겪었다.

 구하라는 옛 남자친구를 성폭력과 협박, 강요 혐의로 고소해 법정 싸움을 벌여 왔다. 여기에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일명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이 복수심으로 유포하는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로 고통 받았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아픔은 악플러들에게 먹잇감일 뿐이었다. 여러 차례 간곡히 호소도 하고 법적 대응에도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여섯 달 전 극단적 선택을 하다 구조됐을 당시 그녀는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시련에도 그녀는 최근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절친인 설리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에는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수십만 명이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는가 하면 누구도 책임 없다 못할 ‘사회적 타살’에 공감하고 있다.

 11월 25일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지난 2000년 유엔은 권력형 성폭력과 가정폭력, 데이트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까지 여성을 억압·착취하는 모든 범죄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악성 댓글도 범죄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두 명의 청춘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악성 댓글을 뿌리 뽑고, 불법 영상 유포를 근절해야 한다. 

 또 자살이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우리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광섭 기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