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복장을 한 화성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리베라 1차 아파트 경비원들이 24일 오전 단지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4일 오전 8시 20분께 화성 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리베라 1차 아파트 단지 정문.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산타 복장을 한 의문의 무리가 인근 초등학교 등교시간에 맞춰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에 등장했다. 흰 수염 모형을 얼굴 아래쪽에 붙이고 빨간색 산타복과 모자를 착용한 게 영락없는 산타였다.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온 아이들은 산타를 발견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가운 얼굴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일부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산타의 정체를 궁금해 했지만 곧바로 눈치 채고는 "아저씨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한 뒤 산타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이들이 산타가 누군지 알아챈 것은 복장만 다를 뿐 아침마다 나와서 교통지도를 해 주는 지킴이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 아파트 단지 내 3개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 4명과 소장 1명이다. 성탄절을 맞아 23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동안 입주민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겨 주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연 것이다.

이들은 도로 폭이 12m 남짓한 왕복 4차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청목초등학교에 다니는 입주민 자녀들을 위해 매일 오전 8시 20분부터 40분가량 등교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짧은 거리지만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단지 행정에 가장 만족감을 나타낸 것은 입주민이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당시 9세)군의 사고 이후 발의된 일명 ‘민식이법’에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 앞서 선제적으로 입주민 자녀 보호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등교하던 아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대에 얼굴을 보는 경비원 아저씨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산타 복장을 입고 나와 준 데 대해 감격스러워했다.

정도엽(10)군은 "진짜 산타 할아버지들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많이 준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등교를 돕던 학부모들도 산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표했다. 입주민 기민영(38·여)씨는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평소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도와주고 항상 친절하게 근무하고 있다"며 "특별한 이벤트가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라고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휴대용 앰프를 이용해 캐럴을 틀거나 조명을 설치하는 등 한층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릴 계획도 구상 중이다.

신안인스빌리베라 1차 아파트 정현애(48·여)관리소장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 같아 극비리에 준비해 봤다"며 "학생들이 특별한 날을 잊지 않고 즐기며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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