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오아시스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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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오아시스는 어디일까?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2.18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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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끝없는 초원과 사막, 그리고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에는 ‘물이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고비사막이 있다. 고비사막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6배나 되는 엄청난 사막인데 봄은 춥고 건조하며, 여름은 섭씨 45도, 겨울은 영하 40도를 오르내려 작은 식물조차 잘 자라기 어려운 황량한 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은 갈색의 메마른 땅에서도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양이나 염소, 쌍봉낙타 등을 기르면서 유목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얻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고비사막의 유목민들은 과연 무슨 낙(樂)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오아시스가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 북부에는 고비사막의 모습과 매우 다른 사하라사막이 있다. 사하라사막은 한반도의 40배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으로 강수량이 매우 적고 대부분 자갈과 모래땅이다. 게다가 낮 동안에는 계속 모래를 동반한 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몹시 커서 섭씨 50도에서 20도까지 오르내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이다. 오아시스를 연결하는 교통로가 있긴 하지만 지도조차 정확하지 않아서 연료와 식량 그리고 물이 부족하면 매우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 사하라를 종단하면서 겪은 경험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펴낸 ‘스티브 도나휴’라는 사람이 있다. 

따뜻한 지방에서 지내고 싶어서 여행을 시작한 그는 수많은 위험과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면서 결국 죽음의 사막 사하라를 종단한다. 사하라 종단 후 그는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사막을 건널 때에도 마치 고비사막에서처럼 꼭 필요한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죽음을 무릅쓰고 건넌 사하라사막은 곧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는 삶의 현장이었고, 사막을 건너는 비결이라며 그가 제시한 ‘여섯 가지 방법’은 곧 현실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삶의 방법들이었다. 

그가 책에서 제시한 여섯 가지 방법 중에서 나는 두 번째,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에 특히 공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하라사막에서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반드시 멈추어 쉬어가야 하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쉬면서 기력(氣力)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심신(心身)이 힘들고 지쳐서 매사가 귀찮고 삶이 버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웃고 즐기며, 사랑하며 쉴 수 있는 내 삶의 오아시스가 필요하다. 사막의 유목민들도 오아시스에서는 반드시 멈춰서 쉬면서 활력을 되찾아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아시스를 만났음에도 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만 하다 보면 사하라사막에서처럼 인생의 사막에서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지나온 여정(旅程)을 되돌아보고, 계획을 다시 살펴 필요한 부분은 알맞게 수정하기 위해서다. 사막을 걸으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도 오아시스에서는 적막과 고요함 덕분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지나온 여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면 그 까닭을 생각해 보고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예정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서 머물 때는 이렇듯 쉬는 일뿐만 아니라 다음 계획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기도 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만의 오아시스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사색하고 여유를 찾는다면 앞으로의 삶이 내가 바라는 대로 바뀔 수도 있음을 경험해 보자. 오아시스에서 멈춰 쉬어야 할 마지막 이유로는 나와 비슷한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광활한 사하라사막을 걷다 보면 수없이 널려있는 위험 때문에 함께 걷고 있는 사람과 대화조차 나누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동료들과 소통하고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오아시스뿐이라는 것이다. 오아시스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여행을 좀 더 재미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사막을 횡단하는 여정에서 삶과 죽음이 결정될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도 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한 열망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곧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그냥 지나쳐 버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사막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처럼 내 삶의 오아시스는 과연 어디일까? 인생의 사막에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잠시라도 쉬어갈 수도 있는 우리들의 오아시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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