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이제까지 유행했던 다른 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낮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 어느 때보다 혐오 지수가 높고 두려움을 증폭시켜 ‘대응 리더십’의 교훈을 새삼 되새겨 보게 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의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대처 과정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진정한 국민 기본권 보장, 책임 있는 정치의식이 절실하다는 걸 거듭 확인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 사태에 매우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공공병원 비율이 5% 남짓, 공공의료의 미비로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 매일 37명이 자살하는 나라에서 칭찬받을 만한 대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발원지 우한에서부터 실패를 거듭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감염증 발생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로 협박하고 감염증 확산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봉쇄 일변도로 맞서 상황을 악화시킨 건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관련 정보를 축소·은폐하고 늑장 대응하다 일을 키운 그 잘못을 반복했다. 

 일본은 어떤가. 지난 2일 홍콩 감염자가 크루즈선에 탔다가 내린 사실을 홍콩 당국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사흘이 지난 5일에야 승객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늑장 대응으로 초기 차단 기회를 놓치더니 6일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크루즈선 전체를 봉쇄했다. 중앙일보는 7일 ‘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보다 사태 키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의 크루즈선 봉쇄 조치를 마치 잘한 것처럼 썼다. 하지만 12일 확진자가 174명으로 늘어나고 검역관까지 감염되자 일본 정부의 뒷북 대응과 엇박자 조치는 세계의 따가운 시선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제 감염자가 700 명을 넘어 세계의 비난이 빗발치자 긴급 대응 조치를 서두르는 기색이다. 

 한·중·일 삼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는 이렇듯 확연히 갈렸음에도 국내 보수 언론 등에서는 일본의 ‘선상 격리’와 같은 잘못된 대처를 ‘강력한 조처’라고 추어올리며 우리 정부에도 비슷한 조처를 촉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제는 보수통합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는 ‘나라가 온통 정신이 없는데 대통령은 공수처에 한눈팔고 있다’거나 ‘정부의 마스크 300만 장 중국 지원’ 같은 잘못된 발언이나 거듭하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최근 4개 정권(노·이·박·문)에서 어김없이 신종 감염병이 연이어 대유행했다. 사망자만 해도 사스(노무현 정권)는 0명, 신종 플루(이명박 정권) 263명, 메르스(박근혜 정권) 38명, 코로나19(문재인 정권)은 오늘 현재까지 1명으로 차이가 크다. 황교안 대표가 중도에 총괄책임을 맡은 메르스 사태는 초동대처 실패, 격리 대상 범위 오류,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인한 방역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당시 실패를 교훈 삼아 현 정부에 국민 보호와 방역망의 완벽한 설치를 위해 조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1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언행이 달라지고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을 삼가야 할 것이다. 다행히 보수 언론 보도가 의도한 바대로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황 대표도 더 이상 왜곡 발언을 하지 않아 감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대응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라고 봐야 하겠으나 한·중·일 삼국 정부 당국의 대처에 대한 교훈을 작게 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감염병 재난은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대비와 신속한 초기 대응,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사회 전체적으로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과잉대응이 오히려 환자를 숨게 만들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명명백백하다. 사스 때 ‘모범예방국’으로 불린 우리가 메르스 때는 유독 메르스에 취약한 국가라는 뜻을 ‘코르스(KORS)’로 전락했던 까닭은 다시 부언할 필요없이 ‘대응 리더십’의 부재였지 않았는가. 

 오늘의 중국과 일본이 확진 환자 수효로 세계 1위와 2위가 된 건 순전히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권력과 어떤 목적하에서 은폐·축소·불신 조장 같은 당국의 잘못이 가장 크다. 심지어 가짜뉴스·과장뉴스도 한몫 거든다. 성찰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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