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이즘 수원점’ 유경민 대표가 16일 오후 수원시 화홍사랑채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행궁동의 매력에 빠져 청년창업가 길을 선택해 이곳에 온 게 후회됩니다."

16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화홍사랑채 앞에서 만난 셀프 사진관 ‘포토이즘 수원점’ 운영자인 유경민(27)대표는 "힘들게 일궈 낸 창업아이템을 뺏긴 기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지난 10일 포토이즘과 유사한 셀프 스튜디오 운영사업을 추진<본보 4월 14일자 18면 보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현재 수원지역에서 유 대표가 이끄는 포토이즘과 유사한 셀프 사진관 수는 30여 곳으로, 시 화성사업소의 셀프 스튜디오 운영 추진계획이 알려진 이후부터 ‘자영업자 죽이기’ 논란이 일고 있다.

유 대표는 고향이 충남 천안으로 행궁동에 ‘포토이즘’을 차리기 전까지 수원과 연고가 전혀 없었다. 이런 그가 낯선 행궁동에 온 이유는 행궁동이 지닌 레트로 감성과 청년사업가들이 많은 동네 분위기에 반했기 때문이다.

먼저 천안에서 독특한 콘셉트로 흑백사진관을 차린 절친한 친구가 제안한 ‘셀프 포트레이트’ 창업아이템에 유 대표를 비롯해 동업자이자 친구인 11명이 동참하기로 결심한 찰나였다.

이들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동안 자본을 모으고 지난해 9월 본점인 ‘포토이즘 천안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평택점에 이어 올해 2월 수원시 행궁동에 수원점을 개소했다. 이달 초순께 인천 부평점도 열어 현재 매장은 4곳으로 늘었다.

유 대표는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인 김민석(27)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행궁동에 매장 문을 열었다.

그는 "기존 사진관에서 직접 촬영해 주는 방식을 탈피해 고객에게 촬영에 있어 부담을 주지 않고 주어진 시간 안에 자유롭게 리모컨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게 됐다"고 셀프 사진관을 연 이유를 밝혔다.

‘포토이즘 수원점’은 공동대표 2명과 직원 1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셋 다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온 친구들이다. 유 대표는 "수원점을 열 때 각자 약 4천만 원의 기본금과 은행대출 8천만 원을 받아 1억2천만 원을 창업자금으로 모았다"며 "금액적으로 매우 부담되는 창업 도전이었던 만큼 우리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가게"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이처럼 청운의 꿈을 품고 청년사업가의 길을 걷기로 한 동갑내기 친구들의 장밋빛 계획은 본격적인 싹을 틔우기 전부터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월 셀프 사진관을 열자마자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어렵게 가게를 유지해 오던 이들은 10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한 셀프 스튜디오 사업을 추진한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시가 상생을 빌미로 가게에 찾아와 유사한 사업을 준비한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창업아이템을 뺏어간다는 것 아니냐"며 "민간에서 서로 경쟁하기도 치열한데 관(官)까지 치고 들어와 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상공인은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사업 추진을 반대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김강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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