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장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38명의 대형 인명피해를 낸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사고’는 불과 완공까지 2개월을 앞두고 마감공사가 한창일 때 발생했다. 검경과 소방당국은 각각 수사본부를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공사 관계자 등을 소환해 안전지침 준수 여부 등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 처참한 화재 현장

지난 29일 대형 인명피해를 내고 5시간 만에 진화된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불이 난 물류창고는 냉동·냉장창고 용도로, 지하 2층·지상 4층에 총면적 1만1천43㎡ 규모다. 2018년 5월 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 23일 착공했으며, 올해 6월 30일 완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샌드위치패널로 된 건물 외벽은 불에 타면서 검게 변했고, 일부는 녹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상태였다. 바깥에서 보이는 건물 1층 내부는 불에 녹아 내려앉은 철근 등 자재들이 서로 뒤엉켜 있어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현장에서 만난 목격자에 따르면 불이 났을 때 건물 안에서 폭발음이 최소 10여 차례 들렸으며,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한다.

# 노동부 경고, 무시했나?

고용노동부가 불이 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 대해 수차례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고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산업안전공단은 물류창고 공사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수차례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공단은 서류심사 2차례, 현장확인 4차례에 걸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건설공사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위험요인에 따른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이로 인해 업체 측이 유해위험방지계획서 개선 요구를 미준수해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수사 방향은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 45명은 30일 오전 11시부터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벌였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이번 화재가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용접·용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이 유증기와 만났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용접·용단 작업을 벌이면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 발화가 시작된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과정에서 용접 작업이 이뤄졌다는 일부 근로자 진술도 나오고 있다.

125명 규모로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건축법 위반사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이미 시공사 등 관계자 6명과 목격자 11명 등 총 28명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또 시공사 등 핵심 관계자 15명을 긴급 출국금지 조치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김강우 인턴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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