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개월 간 비록 주인공의 자리에 있지는 못했지만 큰 무대에서 겸손과 희생을 배웠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이천수(23.레알 소시에다드)가 스페인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 빅 리그에서 주전 자리를 놓고 벌인 힘겨운 싸움과 한때 스페인행을 후회하고 한국으로 U턴할 마음까지 먹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천수는 25일(한국시간) 스페인 스포츠지 `엘문도 데포르티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이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황제같은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유혹을 받았지만 지금의 열망은 꿈의 무대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칠 정도의 야망을 품고 유럽에 발을 내디뎠다는 이천수는 "그라운드에 꾸준히 나서지 못하는 것은 감독의 결정이다. 감독의 결정에 대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올 한해는 적응과 배움의 시간이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스페인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에 말한 적은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후회한 적이 있고 레알 소시에다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여기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추락했다.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는 더 많은 시간을 뛰며 골을 넣고 싶은 야망을 품고 왔지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렇지 못했고 팬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며 내년 시즌 더 진지하게 프리메라리가에 임해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겠다. 천둥이치고 나면 반드시 고요한 시기가 올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지난 달 올림픽예선 이란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벤치 신세를 지고 있는 이천수는 "다음 달 3일 비야레알전에는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시즌이 4경기 밖에 남지않았지만 팀을 위해 뭔가를 하고 부상없이 시즌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다음 달 1일 중국 창샤에서 열리는 올림픽예선 중국전에 차출 요청을 받았으나 레알 소시에다드측이 이천수 차출에 응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대한축구협회 가삼현 국제국장은 이천수 차출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 24일 레알 소시에다드 구단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