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를 놓고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원도심에서 발생한 확진자 정보를 특정 신도시 커뮤니티에 먼저 공개한데다,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는 등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26일 연수구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7시 옥련2동에 거주하는 71번 확진자 발생 사실을 재난문자로 알렸다. 자세한 이동경로는 역학조사 후 구 홈페이지와 SNS에 게시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은 구의 안내대로 이동경로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늦은 오후까지 홈페이지 등을 반복해 확인했다. 하지만 정작 동선이 처음 공개된 곳은 구 공식 사이트가 아닌 송도의 A커뮤니티와 구청장의 개인 SNS였다.

고 구청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알림:코로나19 연수-71 확진자 동선’이라는 글을 A커뮤니티에 올린 뒤 자신의 SNS에도 공개했다. 이는 구가 공식 사이트에 동선을 게재한 오후 6시 40분보다 4시간가량 빠른 시점이다.

게다가 고 구청장이 올린 동선은 나중에 나온 공식 정보보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A커뮤니티에는 송도현대아웃렛을 비롯한 방문지가 세부적으로 알려졌지만, 구 공식 사이트에는 송도동 소재 쇼핑몰로만 게시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원도심 주민들은 정보 차별을 당했다며 온라인 민원창구 등을 통해 반발했다.

주민 정모 씨는 "옥련동 확진자 정보를 주민들도 모르게 A커뮤니티에 먼저 보고하신 구청장님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며 "구청장이 연수구청장인지, 송도구청장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 구청장이 밝힌 71번 확진자 동선이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확진자가 방문한 곳의 상호명뿐 아니라 입고 있던 의상과 가방 색깔까지 명시됐기 때문이다. 고 구청장은 공식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접촉자와의 관계와 가족관계까지 공개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오후에 A커뮤니티와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모두 삭제됐다.

이에 대해 구는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구 관계자는 "확진자의 동선이 복잡하고 불특정 다수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라도 먼저 알리려 하신 것 같다"며 "동선 공개가 자세했던 부분은 구청장님이 직접 확진자 가족에게 설명 드렸고, 내용도 바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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