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사이버범죄 대부분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현재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강력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통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개인정보 유출 ▶네트워크 장애 ▶해킹 ▶스팸메일 ▶불건전정보 유포 등을 정통부의 사법경찰권 단속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법무부·행정자치부 등과 협의 중이다.
 
정통부는 지난 3월23일 법무부에 사법경찰권 확대를 위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한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청했으며 법무부는 같은달 25일 경찰청에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정통부는 현재 무선설비·전자파장애기기에 관한 범죄(전파법), 전기통신설비·기자재에 대한 범죄(전기통신기본법), 프로그램저작권 침해에 관한 범죄(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의 분야에서 사법경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통부가 이번에 확대 요구한 범죄가 사이버범죄의 80~90%를 차지하는 만큼 `사법경찰관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 정통부는 사실상 사이버범죄 대부분을 수사기관에 별도로 고발조치하지 않고도 단독으로 강제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통부의 이런 움직임은 대검찰청의 제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정통부의) 사법경찰권은 정보통신망법이 보호하고 있는 법익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며 “날로 늘어나는 사이버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있는 정통부 직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사법경찰권이 확대되면 개인정보보호와 스팸메일 관련 사안을 조사하면서 겪었던 증거확보의 어려움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웜·바이러스의 유통 경로를 파악해 침해사고에도 조기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02년 1건도 없던 스팸메일과 개인정보 관련 수사의뢰가 지난해 516건과 60건씩 각각 접수되는 등 날로 급증하는 데다 내년에는 휴대전화 메일 전송방식이 수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바뀌는 만큼 형사고발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정통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사법경찰권을 광범위하게 부여하는 것은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며 “IT(정보기술) 분야의 범죄가 사기로 연결되는 등 일반 범죄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법경찰권을 확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4월13일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정통부의 사법경찰권 확대 요구에 대해 `경찰국가로의 후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정통부의 논리에 따르면 현대 국가는 수많은 경찰조직을 양산해야 한다”며 “정통부는 IT개발 등 전문적 영역을 담당하면서 사법분야에서는 조력자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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