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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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의 기억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9.2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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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명절이 온다. 이때만 되면 누구나 늘 귀향길 걱정을 하곤 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 같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란 의미다. 가을 달빛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추석을 가배,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고, 초추(初秋), 중추(中秋), 종추(終秋)로 가을을 나누면 추석이 중추에 해당하는 음력 8월 중간에 있으니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불렀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이 되면 이른 봄부터 열심히 땀 흘려 가꾼 곡식과 과일을 비로소 거두게 되니, 농경을 주로 하던 우리 조상들에게는 이 계절이 그 어는 때보다도 즐겁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명절마다 독특한 풍속이 전해지긴 하지만, 달의 명절로도 일컬어지는 추석만큼 풍요를 기리는 여러 세시풍속이 행해지지는 않는다.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차례와 같이 엄숙한 세시 행사가 있는가 하면, 한바탕 흐드러지게 노는 세시 놀이도 많았다. 요즘과는 달리 예전 추석에는 마을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전통놀이를 즐겼다. 풍요를 상징하는 보름달 아래서 여럿이 손을 잡고 함께 돌아가며 춤을 추던 강강술래, 장정들이 기와 힘을 겨뤘던 민속 씨름, 전통 줄다리기, 과거급제를 기원하는 가마싸움, 풍년 기원놀이인 소싸움, 닭싸움 같은 놀이 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시민 단체나 공공기관에서 특별하게 마련한 행사가 아니라면, 추석날이라 해도 우리 주변에서 그런 전통놀이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변형된 한복을 입고 우스꽝스럽게 전통놀이를 흉내 내는 모습을 TV 프로그램에서나 가끔 볼 수 있을 뿐이고, 그나마 프로선수들이 등장하는 민속 장사씨름대회 정도만 어쩌다 영상으로 즐길 수 있을 뿐이다. 

추석날에는 평소에 잘 먹어보지 못하는 명절 전통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추석의 대표적인 명절 음식은 두말할 것도 없이 송편이다. 지금은 언제라도 떡집에서 사다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모여 담소를 나누며 송편을 빚는 일이 중요한 명절 행사 중의 하나였다. 송편은 쌀가루를 반죽해 햇녹두, 청태 콩, 동부, 깨, 밤 같은 것을 소로 넣어 빚는다.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송편이란 이름은 송편을 찔 때, 켜마다 솔잎을 깔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쌀가루를 반죽할 때 쑥이나 소나무의 속껍질 송기를 찧어 넣어 쑥송편이나 붉은색의 송기 송편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한가위 때 햅쌀로 빚은 송편을 ‘올벼’의 옛말인 ‘오려’를 넣어 ‘오려 송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추석 명절 음식으로는 송편과 함께 차례상에 올리기도 했던 토란국도 빼놓을 수 없다. 토실토실 영근 가을 토란에 다시마, 쇠고기를 넣어서 끓인 토란국은 시원하고 고소한 국물맛이 일품이어서 가을의 맛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명절 음식으로 요즘에는 잘 먹어보기 어려운 화양적과 누름적이라는 것도 있었다. 화양적은 삶은 도라지와 버섯, 쇠고기를 짤막하게 잘라 양념하고 볶아 꼬챙이에 끼운 음식이고, 누름적도 화양적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밀가루나 달걀을 풀어 씌우고 지진 음식이어서 술안주로도 일품이었다. 

추석 때는 마당에 풀어 키워 살이 제대로 오른 닭을 잡아 닭찜을 하기도 했다. 찹쌀가루를 쪄서 달걀처럼 둥근 떡을 만들고, 삶은 밤을 꿀에 개어 붙이는 밤 단자도 추석의 명절 음식으로 특별했다. 밤 대신 토란을 사용한 토란 단자도 이때 먹었다. 추석 무렵에는 송이버섯의 향기가 유난히 좋다. 그래서 송이회, 송이전, 송이 전골이 일품이었으며, 음식의 고명으로도 송이버섯을 많이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추석 명절에는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소소한 기쁨조차 누리기 어렵게 됐다. 천상, 날이라도 좋아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내 작은 소원이라도 빌면서 그 시절 추석 명절의 어렴풋한 기억들이나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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