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지역구 국회의원 243명, 비례대표 국회의원 56명)의 결과는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가 여러 면에서 16대 국회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한다.
 
우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해 1988년 13대 총선이래 16년만에 처음으로 여대야소 국회가 탄생했고 국민은 정부 여당에게 책임있는 정치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재작년 대통령선거때 권영길 후보를 내세우며 선전했던 민노당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합쳐 10석을 획득하는 선전으로 사상 첫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루었다.
 
돌이켜보면 16대 국회의 임기말에 터져나온 탄핵결의의 후폭풍은 17대 총선결과에 영향을 주었고 이에 힘입어 각당은 공천과정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어 현역의원들조차 공천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선거에서 낙선하는 등으로 17대 국회에 이르러 어느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도 탄핵을 주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번 총선에서 의원수에서 민노당에도 못미치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탄핵 후폭풍은 17대 총선 결과에 대한 그야말로 표면적인 이유이고 그에 내재된 것은 16대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에 실망한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어느 한 쪽에 권력이 집중되거나 또는 급진적인 개혁 정책의 부작용을 피하고자 한나라당에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심정으로 121석을 주어 최소한의 견제권을 주었는 바, 이는 국민들이 개혁이란 총론에 동의하면서도 그 방법론인 각론에 있어서는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을 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권 2년차인 노무현정부의 거의 유일한 성과로 보이는 불법적인 정치자금 척결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므로, 이제는 경제개혁을 하되 어느 일방적인 개혁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배합을 통한 국민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선의 합리적인 개혁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아직 17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표면적으로는 여야의 대표자들이 모두 상생의 정치를 하며 경제 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는 이를 믿고 싶은 심정이며 17대 국회는 정말로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17대 국회가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은 왜 그 탄핵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겨우(?) 과반수를 넘을 정도의 의석밖에 획득하지 못하였는지, 한나라당은 왜 16년간이나 지속되어 온 여소야대가 여대야소가 되었는지 그 의미를 곰곰히 되새기면서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생존을 위해 뛰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후진적인 정치 때문에 발목을 잡혀 기어다니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비방, 폭로, 투쟁의 시대가 아니라 서로 협력 상생의 길로 가야 여도 살고 야도 살고 국민 모두가 편해진다는 것을 17대 국회의원들은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정지열 변호사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