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 워킹맘 A씨는 오전 6시부터 발을 동동 구른다. 아침은 식탁 위에, 점심은 도시락통에 나눠 담고 눈도 못 뜬 애들을 식탁에 앉힌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밥 챙겨 먹어라’, ‘온라인 학습 늦지 않게 접속해라’, ‘학원 제시간에 가라’, ‘가스불은 절대 켜면 안 된다’ 등 당부사항을 쉴 틈 없이 쏟아내며 현관문을 연다. 회사에서도 종일 애들 걱정에 머리가 아프다. 

# 초등학교 4학년인 B군은 등교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외동이다 보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따분하다. 학교라도 가야 엄마 아빠 퇴근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고학년이라 돌봄교실도 다닐 수 없다. 혼자 먹는 밥도, 혼자 하는 공부도, 혼자 보는 TV도 영 내키지 않는다. 이번 겨울방학엔 학원을 두 곳이나 더 늘렸다. 마스크보다 외로움이 더 답답한 요즘이다. 

핵가족화, 맞벌이 가정 증가 등으로 인해 초등학생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크게 늘고 있다. 맞벌이 부모는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매스컴을 수놓는 아동 관련 뉴스 역시 대부분 돌봄 부재와 관련 깊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 빈틈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온종일 돌봄 목표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 인천 서구가 학교 돌봄교실 부족을 다함께돌봄센터 확충과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가는 것도 매한가지다. 공간 역시 접근성과 만족도를 고려해 공공도서관과 아파트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늘려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올해 22개 전 동에서 마무리되는 주민자치회에서도 아이돌봄 사업을 추진, ‘우리 동네 아이들은 우리 지역이 키운다’는 돌봄 시스템을 더 확고히 하고자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혜자 중심의 통합적 체계화 작업도 시도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돌봄 관련 통합 브랜드인 ‘서로e함께 돌봄’을 만드는 거다. ‘이음’에 기반한 서구의 가치를 돌봄에도 깊숙이 담아내는 것과 동시에 자치단체가 아이 돌봄에 대한 책임의식을 명확히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서구가 브랜드 구축에 적극 나서는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현재 시행되는 돌봄 지원은 중앙정부인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에 광역자치단체인 인천시까지 8개 시설에서 관련 사업만 15건에 이른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 사업까지 더하면 무려 20건이 넘는다.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활을 걸고 있지만 관계 부처도 관련 사업도 제각각이다 보니 복잡할 뿐더러 사각지대가 발생해도 관찰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정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담당자들조차 관련 사업이 몇 개나 시행되는지, 대상과 서비스가 어떻게 세분화되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 정도다. 사업의 중복 여부나 효율성을 피드백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수혜자가 관련 정보를 얻고 혜택을 받으려면 일일이 담당자와 연락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많은 혜택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수혜자의 불만과 답답함이 여전한 이유다. 

앞으로 서구가 구상 중인 수혜자 중심의 통합형 돌봄 시스템이 구축되면 부모와 아이가 보다 쉽게 정보를 찾고, 적합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돌봄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체계가 마련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접근성부터 개선해나가면 돌봄을 바라보는 주민의 시각과 신뢰도도 달라질 거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란 말이 있다. 출산에서 교육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함께하는 통합형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를 아끼고, 살피고, 보듬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가장 따뜻하고도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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