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순간들 중엔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가슴 아린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팍팍해진 삶은 그 순간들을 더 빈번하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혹한기를 이겨낼 온정 역시 달아올랐단 거다. 희망과 나눔이 더해져 기적을 이뤄내고, 끈끈한 인연도 만들어냈다. 지역화폐 서로e음 앱에 기부 기능을 결합시킨 서로도움은 이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나눔 플랫폼이다. 캐시백을 보다 뜻깊게 사용하고 싶다는 구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서로e음을 나눔의 공동체 화폐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서로e음 앱으로 들어가 ‘서로도움’을 클릭한 후, 게시된 기부 사연에서 돕고 싶은 이웃을 선택하는 구조로 쉬운데다 편리하기까지 하다. 서로도움은 지난해 12월 7일 오픈했고, 이틀 후부터 내가 1호 기부자로 나서며 모금을 시작했다. 이후 6일 만에 첫 사연이 모금액 목표를 달성하면서 범상치 않은 흐름을 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기부 채널이 있었지만 지역화폐 사례별 기부 서비스는 서로도움이 전국 최초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하지만 단단히 잇는 서로e음의 힘을 믿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캐시백이 필요한 곳에 가치 있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기적을 만들어낼 거라 생각했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성공적이다. 덕분에 모금 2개월을 채운 지난 9일, 설 연휴를 앞두고 소중한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평생을 침상에서 보내야 하는 의료 지원 사례를 비롯해 생계비와 교육비 지원 사례 등  8건에 달하는 사연의 주인공에게 희망을 전했다. 1천100여 명의 나눔 천사가 힘을 모아 목표액을 넘어서는 1천200만 원이란 값진 선물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지역화폐를 이용한 선순환 사례를 견고히 했다는 점이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결제 수단 1순위로 사용하는 서로e음, 편리하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전국 첫 공공배달앱 배달서구, 관내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돕는 온리서구몰·냠냠서구몰에 서로도움까지 힘을 보태면서 공동체 화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캐시백으로 모인 성금은 사연의 주인공에게도 지역화폐로 지원된다. 서로e음이란 울타리로 기부자와 수혜자가 연결되는 이상적인 구조다. ‘지훈이에게 평범함을 선물하고 싶은 엄마의 소망’, ‘엄마 없는 금쪽같은 내 새끼’, ‘엄마! 내가 자꾸 아파서 미안해’, ‘태웅이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진 씨와 아이에게 햇빛과 따뜻함을 전할 수 있기를’ 등 뭉클한 사연의 주인공들이 따뜻한 이웃사랑을 통해 희망을 얻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됐다. ‘내 손안의 작은 기부 플랫폼’이 만들어낸 소중하고도 큰 힘이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대학」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로 불리는 「중용」의 한 구절을 영화 ‘역린’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서로도움뿐 아니라 나눔의 본질을 설명하기에도 제격인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웃을 위하는 소중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정성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커진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삶의 희망이 돼주고 이웃이 새 삶을 꿈꾸는 따뜻한 나눔 공동체 말이다. 

서로도움은 더 큰 나눔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개별 사례가 4건씩 공개되는 구조라 대기 사연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생계, 의료, 교육 등 유형별 사례로 바꾸고 게시되는 사연을 늘려 포괄적으로 나눔 활동을 이어나간다. 나의 손길이 누군가의 삶에 위로가 되는 순간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도 오롯이 담아낸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을 일구는 감동의 순간이 나날이 쌓여가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