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신 사회2부
안유신 사회2부

코로나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바닥을 치고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조건 강화로 농가들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겪으며 천직인 농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와 이중고에 빠져 농심(農心)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모양새다.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며 우아하게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이 아닌 이상 주된 경제활동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이미 자가노동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때문에 대한민국 농민들에게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농장의 존폐와도 밀접한 문제다. 

지난해 모 지자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숙소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후속 조치로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며 정부가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사전 예고와 유예기간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인 탁상행정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법상 농장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있어 숙소 제공이 필수는 아니다. 숙소는 선택사항이지만 대부분 농장주와 외국인 노동자가 상호 간 편의와 효율성을 위해 농장과 인접한 곳에 숙소를 마련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일부터 농축산업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신규 및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 재고용 등의 고용허가 신청 시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및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또한 가설건축물을 제공하는 경우 ‘주거시설 가설건축물 신고필증’을 제출하는 경우에만 기숙사로 인정하고, 허가받지 않은 가설건축물 등을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 취소나 고용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이 밖에 외국인 근로자가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 농장의 변경을 허용했다.

이를 두고 농민들은 한겨울에 유예기간도 없이 컨테이너, 패널 기숙사를 철거하고 농지법을 어겨 가며 농지에 콘크리트 건축물을 지을 수는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농지가 아닌 대지를 별도로 구입해 외국인 근로자 숙소를 짓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임대를 한다고 해도 이 또한 녹록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민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숙소 제공 등에 대한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 및 생활안정대책 마련은 당연하지만 수시로 농작물을 살펴보고 관리해야 하는 농업의 특성과 근로자들의 생활비용, 출퇴근 문제 등을 고려해 가설건축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대책을 담보한 조건 완화 등 양성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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