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한마디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만큼 현대는 다양한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리더로서 원만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복잡하고 다난(多難)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는 사자나 호랑이같이 크고 힘이 세며 용맹한 사람이 리더로서 우뚝 서기도 했다. 흔히 용장(勇將)이라 칭하는 리더다. 물론 덕망과 인품이 뛰어난 덕장(德將)과 학식과 지적인 능력을 겸비한 지장(智將)도 있다. 그러나 현대는 작지만 키스톤(Keystone)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그래서 이른바 꿀벌과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미국의 델라웨어대학교의 곤충학 및 응용 생태학 교수인 듀이 캐런(Dewey Caron)박사는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기는 주체인 꿀벌의 수분작용으로 인해 우리가 먹는 것의 ⅓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상에 꿀벌이 없다면 대부분의 식물들이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도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멸종한다고 했다. 꿀벌처럼 세상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있다. 

사회에서도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눈에 띄는 리더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 많지 않은가? 교사도 그런 유형에 속한다. 현재와 같은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전통적인 리더십과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과거의 리더들이 조직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전통적인 리더십은 직급이나 타이틀을 중요시했다. 이는 한국에서 특히 그랬다. 그래서 자신의 직책을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 

간단한 예로 직책이 크게 드러난 명함을 보라. 그러나 현재의 리더십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자연 속에서 말 없는 해결사인 꿀벌의 중요성을 다시금 언급하고자 한다. 꿀벌은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겨 꽃을 피워낸다. 자연에서 꿀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인재를 찾아내고 모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이상 한 사람이 정보를 독점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팀 내 모든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각자 자신의 몫을 잘해낼 수 있는 팀워크가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보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혼자서 만들어내는 지식보다는 어딘가에 만들어져 있는 지식을 모으는 일이 더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이라는 사람도 기존에 존재하는 90%의 지식을 갖고 자신의 10%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사람이란 평가가 있다. 그래서 ‘창조는 모방의 모방’이라 하지 않는가. 이제는 어떤 지식이 인터넷에 있다면 그것을 모을 줄 아는 사람이, 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즉, 지식과 지식,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줄 아는 리더가 키스톤과 같은 존재인 셈이다. 

자연에서 이런 역할을 가장 잘하는 존재가 바로 꿀벌이기에 우리 교육계에도 바로 꿀벌과 같은 리더 역할의 교사가 필요하다. 이것이 현대의 교사가 달라져야 하는 기본적 배경이다. 우리 교육은 이제 일방적인 가르침을 전하는 교사 대신 모든 학생들을 키스톤으로 인정하면서 이들 사이에 배움과 인성의 조화를 이루는 교사를 요망한다. 교사가 사자가 아닌 꿀벌이어야 하는 시대,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디지털 시대의 학습자들이 각자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것을 더 보완하고 공동체에서 책임을 잘 수행하는 인성을 갖추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디지털 시대 교사, 그는 묵묵히 이런 역할을 실행하는 자연계의 꿀벌과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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