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국민 철학자였던 안병욱(1920~2013) 교수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만나는 최초의 스승은 어머니다. 어머니는 인생의 스승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 출발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훌륭한 가정교육 사례를 널리 교훈으로 삼기도 한다. 중국의 맹모삼천지교는 유교권 국가의 상징적인 가정교육이다. 우리에게는 일찍이 한석봉의 어머니와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있다. 그 밖에 동서양의 지혜로운 어머니-에디슨, 아인슈타인, 처칠의 어머니와 재미교포 전혜성 박사, 세계은행 총재였던 김용의 어머니-의 자녀교육이 역사적인 영웅이나 걸출한 인재를 길러낸 것으로 두고두고 회자(膾炙)되고 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젠틀맨을 육성하는 학교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로 영국의 정치인들을 위시한 엘리트 계층 사람들은 가족만의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은 부친이 법학 교수이고, 그 자신도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변호사이자 정계에 진출한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학 전에 갭이어(Gap Year)를 이용해 스스로 프랑스 파리라는 낯선 곳에 가서 웨이터로 일도 해보고 사람들과 부대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가정교육에서 힘입은바다. 그뿐인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던 다이애나비도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찰스 황태자와 결혼 전에 베이비시터와 웨이트리스 등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런 경험은 나중에 두 왕자를 키우면서 궁전 밖의 세상과 교류하도록 강조하는 자녀교육 철학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도 전통적인 가정교육인 ‘밥상머리 교육’이 있다. 과거 우리는 대가족 제도의 장점에 따라 자녀들의 인성 교육은 자연스럽게 병행됐다. 하지만 이제 핵가족이 되고 더 나아가 가족 해체가 진행됨에 따라 가정에서의 자녀교육은 유명무실해졌다. 2020년 우리는 전체 인구의 감소를 경험한 첫해가 됐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으로 가정에서의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다시금 가정에서의 자녀교육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정교육을 실시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가족 간의 시간에서 가장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자녀들은 부모가 어떤 의식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 부모는 자녀들이 어떤 성장 과정을 겪는지, 현실에서 문제는 무엇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는 누구보다 자녀가 올바른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자녀에겐 바람직한 교육의 출발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여부에 따라 자녀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특권 의식, 또는 열등의식을 벗고 교우 관계나 학교 생활에서 보통 학생처럼 친구를 사귀는 인성교육으로 연계될 수 있다. 또한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설계하는 현실 감각을 배우는 생활교육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부모는 자녀에게 최고의 스승이고 인생 경험은 소중한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결국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 시대, 가정에서의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를 계기로 자녀와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한 바람직한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부모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엔 부모의 도덕심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 했다. 과거 ‘자식농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말도 있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교육의 가치관이자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부모의 책무다. 전통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바로 가정교육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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