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프리랜서
이상익 프리랜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핵가족화와 상업화라는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핵가족화는 가족이 주는 경제적 이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음식 조리, 청소, 정원 가꾸기, 육아 및 요양 등이 좋은 예다. 그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 접촉하거나 부딪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들은 점점 더 개인화, 외톨이 신세가 된다. 핵가족화의 또 다른 측면은 상품화다. 글로벌 자본주의로 인해 소비자로서 현대인들은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가족 분업의 역할과 필요성이 줄어들고 아웃 소싱(outsourcing)이 가능한 활동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글로벌 자본주의는 생산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더 넓은 활동 영역을 제공한다. 가족 안에서 이뤄진 활동을 상품화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핵가족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람들은 더 부유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통계청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사업에 참여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주변에 1인 가구 거주 형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지를 중심으로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05년에 20%, 2010년에는 23.9%, 2015년 27.2%로 지속적인 증가 추이를 보여 왔으며 2019년에는 30.2%로 614만7천516가구에 이르고 있다. 2030년에는 33.2%, 72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 추세 배경에는 결혼 연령 상승과 미혼율 및 이혼율 증가, 고령화 등의 사회적 변화를 꼽을 수 있다. 2000년과 2015년의 연령별 1인 가구 수를 비교해 보면 20대는 56만 가구에서 95만 가구로, 30대는 42만 가구에서 95만 가구, 40대는 30만 가구에서 85만 가구, 50대는 25만 가구에서 88만 가구, 60대는 71만 가구에서 158만 가구로 증가해, 40대와 50대의 1인 가구 수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의 1인 가구 비중이 각각 21.4%, 19.7%로 다른 지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후부터 1인 가구가 등장했지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1980년대 경제위기 이후 1인 가구가 급증하기 시작해 1990년대에는 1인 가구가 보편적 현상이 됐다. 특히 IT, SNS 발달과 함께 1인 가구뿐만 아니라 1인 문화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혼술, 혼밥, 나 홀로 여행, 고독사 등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1인 가구 비중 증가는 주택, 식품, 가전 시장 등 각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인 식당, 1인 주거 공간 등 1인 가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증가 일로에 있다. 

식품시장에서는 대형마트 및 편의점의 가정 간편식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가전시장에서도 1인용 전기밥솥 등 작은 규모의 제품이 출시되거나 가전을 구매하기보다 빌려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도시형 생활주택 개념을 도입했고 오피스텔 및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지정, 소형주택 건축 기준 및 부대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미국 뉴욕대학교 사회학과의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솔로 이코노미 (Solo Economy)’라고 명명했다. 또한 저서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혼자 살기의 매력(2012)」에서 고소득층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 범정부 차원에서 1인 가구, 1인 문화라는 거대한 흐름의 사회 변화와 행정 수요에 대응하는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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