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네 생활은 이전과는 너무나도 판이하게 바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민족대이동’의 표본이었던 설날 풍경이 ‘5인 가족 상봉금지 조치’ 때문에 세배는커녕 성묘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고, 임진강 망배단에서 이산(離散)의 한을 달래고 북녘의 조상을 기리던 ‘망향경모제’ 조차도 비대면으로 진행될 정도였다. 이런 초유(初有) 상황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새삼 남북한에 떨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짧은 일생을 나름대로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서, 아마도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과 생별을 하는 것보다 더 크고 애절한 것은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분단 70년이 경과하도록 정치이념과 체제 차이 때문에 남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여러 부문에서 이질성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인륜(人倫) 차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는 바로 1천만 이산가족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이들 이산가족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가족을 그리면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땅을 떠올리는 통한(痛恨)의 감정’을 풀지 못하면서 오매불망(寤寐不忘) 비원(悲願)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그 주된 이유는 바로 겉으로는 ‘민족공조나 우리 민족끼리’를 기회 있을 때마다 주창(主唱)하면서도, 정작 이산가족 문제에 있어서만은 얼토당토 않은 논리(論理)를 전개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표리부동한 입장과 자세 때문이다. 

그들은 입만 열면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거나 "민족이 대단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도 온갖 구실과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아니 인도적 차원에서 순수하게 접근해야 할 이산가족 상봉이나 고향 방문은 고사하고 생사(生死) 확인과 같은 매우 기본적인 차원의 문제마저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즉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 절박한 사안(事案)으로 추진해야 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북한당국은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체제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치적 문제’로 간주하면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장난명(孤掌難鳴)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이산가족을 최하위계급인 ‘적대계급 잔여분자’로 분류해 사회, 경제적으로 불이익과 차별을 가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이들이 재남 가족을 상봉하게 된다면, 그들 체제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분단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을 통일’이라는 바람을 간절하게 읊조려 왔고, 또 다른 어떤 문제보다도 최우선 순위에 그 해결책을 북한당국에 제안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까운 세월만 흘려보내고 있다. 통일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2021.2.12)에 따르면,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중단된 가운데 지난해에만 3천342명이 세상을 떠나 현재 4만9천154명만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이들 중 100세 이상 ‘초고령 이산가족’은 580명이며, 90세 이상 1만4천191명(28.9%), 80대 1만8천876명(38.4%), 70대 9천312명(18.9%)으로 전체의 86.2%가 7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이산가족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경색된 남북관계에 더해 지난해 6월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측에 의해 폭파되고 코로나19를 이유로 북한당국이 지난해 1월부터 13개월째 국경을 굳게 닫아걸고 있기 때문에 언제 다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될 수 있을지 낙관(樂觀)만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남북한 간 화상상봉을 추진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는 대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것이라 강한 정책 의지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이산가족들이 오매불망 헤어진 혈육과 상봉을 하고, 꿈속에 그리던 고향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는 마치 ‘강 건너 등불’처럼 매우 희박해져 가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명(餘命)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결코 소홀하게 취급할 수 없으며, 다른 어떤 문제보다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이들이 평생 간직하고 있던 비원(悲願)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풀어줄 수 있도록 북한당국이 보다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차원에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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