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책임은 무엇인가?" 

이는 세계은행 총재였던 김용에게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질문한 내용이다.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공부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했다. 그 덕택에 그는 미국에서 하버드 의과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인 다트머스 대학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총장이 됐으며 최근에는 세계은행 총재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는 어머니의 가정교육이 미친 영향이었음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어릴 적부터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 지성인을 만들고 한 사람의 운명을 크게 좌우하게 된 가정교육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의 공교육을 보자.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입시를 비롯해 취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시험을 잘 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됐다. 

영유아부터 초·중·고, 대학에서도 경쟁 교육을 하며, 이후에도 각종 공무원 시험과 기업에서도 입사 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시험이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것과 자유로운 사유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선 생각 없는 교육만을 실시하는 꼴이 된다. 

단적인 예로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교수의 말을 농담까지 필기해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질문과 비판, 대화와 토론이 사라진 우리 교육은 어떤 인간을 키우게 될까? 

다시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G20 정상회담을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에 대해 축하하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의 기자들에게 특별히 질문권을 주었다. 그 순간 기자회견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한국어로 질문해 통역 기회까지 줬으나 결국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의 기자가 아시아 대표로 질문권을 끈질기게 요청해 대신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질문하지 않는 우리 사회, 아니 우리 교육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두고두고 회자(膾炙)되고 있다. 그렇다면 2021년 지금의 우리 교육은 어떤가? 

현재 전 세계는 여전히 코비드-19 바이러스 공포가 온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그 후유증으로 대면교육 공백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빈부 격차에 따라, 학령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하다는 결과 보고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은 유치원과 초·중학교 저학년의 상시 등교를 지침으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교육과 좋은 환경에서 인터넷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달리 어떤 교육에도 혜택을 받지 못할 뿐더러, 학교에 가지 못한 상황에 방치되는 아이들에게 사회성 개발은 물론 지금 누가 세상을 향해 도전 의식과 용기를 키워주고 희망을 고취하는 질문을 던질 것인가? 

이제 막 백신 접종이 시작돼 코로나 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자주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교육은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 못지 않게 자신이 누구이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또 그 길을 찾아가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세계로 퍼진 전염병,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위기, 경제적 불평등, 난민 문제, 전쟁 위기,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인간 존엄성의 위기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에게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바로 여기에 교육의 역할이 존재한다. 이제 교육은 자신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다른 세계와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하며,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 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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