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조달시스템 개선을 위해 자체 공정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경기도가 조달청과의 협상에 난항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자체 입찰 방식의 공정조달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조달청에 등록돼 있지 않은 제품의 물품 규격을 구매 조건으로 설정해 대량으로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예산 대비 1억8천여만 원이 절감됐다.

도는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72개 부서에서 필요한 업무용 컴퓨터 본체 505대와 모니터 481대를 대상으로 도 자체 일괄입찰을 진행해 구매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조달 방식은 조달청과 계약된 상품을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서별로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개별 구매했다.

도는 이번에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조달청에 등록되지 않은 특정 규격의 물품을 세부 규격으로 설정, 자체입찰을 추진했다. 이에 따른 총 낙찰금액은 4억4천717만 원으로 당초 예산액(6억3천만 원) 대비 71%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이용한 다른 지자체의 업무용 컴퓨터 낙찰률 80%보다 9%p 낮은 수치로, 예산 대비 1억8천282만 원을 절감했다. 또한 자체입찰 방식의 경우 조달 수수료 340만 원(0.54%)도 들지 않는다.

예산 절감 효과가 입증된 만큼 도는 향후 구입이 필요한 상품에 자체입찰이 가능한지 개별 검토해 자체입찰 및 일괄구매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반 물품과 달리 IT계열 물품의 경우 세부적인 기능을 선택해 자체조달을 진행할 여지가 높은 상황이다.

앞서 도는 공공물품 조달시장을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독점하고 있어 일반 쇼핑몰보다 오히려 가격이 높고, 발생되는 수수료가 지자체에는 지급되지 않는 등 불공정하게 분배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대체할 조달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도는 이달부터 6개월간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 구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ISP) 용역’을 진행하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 조달시스템 승인 신청 등 조달청과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도 자체입찰 방식을 통해 예산 절감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체 구매 효과가 예상보다 큰 만큼 향후 다른 품목들에도 일괄구매 및 자체입찰 방식이 적용되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하연 기자 l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