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북한은 지난 21일 오전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이후 25일에도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또다시 발사했다. 그러자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5일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어긴 행위"라면서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4월 14일 이후 11개월여 만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자행된 것으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 중인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은 지난주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일본과 우리나라를 차례로 방문해 대북정책을 조율했으며, 이번 주말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가 예견돼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관망적 자세를 유지해 왔던 북한이 거듭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분히 계산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싱가포르 회담이나 하노이 회담에서 끈질기게 요구해 왔던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남북회담 중단을 경고한 시점에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先占)하고, 이와 함께 그들의 뜻대로 상황 반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공세를 펼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가운데 "우리는 동맹, 파트너와 협의를 하고 있으며, 북한이 이런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즉 새로운 대북정책 발표를 앞둔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공조하면서 신중하게 처신하면서도 만일의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이제까지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에 즈음해 이번과 같이 미사일 발사로 응대한 전력은 매우 많다. 즉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적 행동으로 먼저 강수를 던지는 방법은 지난 1993년 미국에서 클린턴 정부가 출범하자 2개월 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해 긴장을 고조시켰고, 2005년에도 조지 부시 행정부 2기가 출범하자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해 압박을 가한 전력이 있다.

 이어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자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해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오바마 정부 2기 때는 제3차 핵실험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렇듯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각종 도발적 행위를 감행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레드 라인’이 어디까지인가를 타진하는 고도의 계산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하는 것으로,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들이 지난 제8차 당대회에서 역설한 ‘강대강’ 원칙에 입각한 도발이 틀림없으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와 국내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도 좌시하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하고도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지렛대로 삼는 낡은 수법과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국제사회와의 소통에 나서는 것이 만성적인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현실적 대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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