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교육의 생태계가 붕괴했다." 이는 우리의 초·중·고에서 현실을 탄식하는 말이다. 왜, 어찌하여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자연 생태계는 무분별한 숲과 환경 파괴로 인해 동식물 서식지가 붕괴되면서 그 결과 지구의 기후변화를 촉발했으며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각종 바이러스가 전염병이 창궐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자연의 생태계와 조직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해보면 서식지를 잃은 동물은 도태되지 않고 생존을 모색하며 그 어떤 방법인들 강구하지 않겠는가? 자연의 섭리가 무너진 생태계는 혼돈의 상태에서 그 반동으로 인간의 삶에 모든 가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의 기본인 예의(禮儀)마저 무너져 내리고 이는 곧 편중된 사상으로 변질돼 삶의 균형 상실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교육 생태계 붕괴 역시 다를 바 없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 예의(禮儀)가 상실됨에서 비롯된다. 즉,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야 할 도덕과 윤리 상실 말이다. 먼저 우리 사회에서 인간 사이에 예의가 붕괴된 적나라한 모습을 살펴보자. 

여기엔 정치권이 단연코 모범생이다. 그야말로 정적(政敵)에 대한 분노와 응징의 언어가 난무한다. 이해와 아량, 포용, 용서가 없는 정치 문화는 우리 사회 예의 붕괴의 발원지다. 온갖 비난과 비방이 난무하고 혐오로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예컨대, 국가 최고 지도자에게 ‘이적 행위자’, ‘빨갱이’라고 공공연하게 공격한다. 또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무참히 개인정보를 까발리고 있다. 그뿐이랴.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라 SNS 상에서 쏟아내는 사람들의 무수한 댓글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상실하고 있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인신공격은 정글의 야수 그 자체다. 이를 보고 어찌 우리 사회에 교육이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겠는가.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인간다움을 교육하는 학교에 예절이 사라졌다. 등하굣길은 물론 복도에서도 학생들은 교사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는 것이 일상화됐다. 자기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으면 대부분 그렇다. 학생들에게 인사예절을 교육하기 위해선 교사가 먼저 의도적으로 살갑게 인사를 해야만 겨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기야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조차 상당수가 상호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내니 누구를 탓할까. 

결코 일반화의 오류라 할 수 없는 이런 현실에서 그 결과는 어떤가? 학교 이외의 장소, 예컨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려 버튼을 눌러줘도 학생들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다. 하물며 어른을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예의는 기대할 수 없다. 추운 겨울에도 습관적으로 슬리퍼를 신고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은 어떤가. 미끄러져 다칠 위험을 지적하면 돌아오는 대가는 싸늘한 응대와 심지어 아동학대로 둔갑하는 기막힌 현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들을 예의를 갖춘 인간으로 교육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제 학교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 오직 점수 경쟁으로 인해 교사도 학생도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부모의 이기적인 행위, 편협하고 무례한 요구와 간섭, 비난, 민원 제기는 이미 적정선을 넘었다. 이것이 바로 교육 생태계가 붕괴된 단적인 예(例)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은 변변한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생존 방책이다. 우리가 이만큼 산업화, 민주화, 디지털화를 이룬 것은 교육의 힘이다. 하지만 이제 붕괴된 교육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교육은 인간다운 예의를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학력과 지식은 그 다음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예의가 있는 삶만이 사회, 국가, 세계로 나아가는 올바른 인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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