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요즘 ‘미얀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처참한 비극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반발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이미 수백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체포됐다. 국제사회로부터 터져 나오는 비난의 목소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미얀마 군부는 폭력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미얀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듯이 미얀마는 1885년부터 1947년까지 60여 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우리 국민들이 1961년 박정희 육군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1979년 10·26사태로 그가 사망할 때까지 18년 동안 군사독재를 겪었듯이 미얀마 국민들은 1962년 네윈 육군총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2015년 총선을 통해 막을 내릴 때까지 53년 동안 군사독재를 겪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83%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NLD는 군사독재 시절이었던 1990년에도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했지만 군부가 선거 결과 인정을 거부하면서 집권에 실패했었는데, 문민정부 출범 5년 만에 30여 년 전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회귀한 것이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군부와의 ‘불안한 동거’ 속에 위태롭게 이어져 왔었는데, 이번 쿠데타로 시민들이 열망하던 ‘민주화의 봄’이 일단 좌절됐다. 마치 우리 국민들이 1979년 10·26사태 후 ‘서울의 봄’을 꿈꿨다가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좌절됐던 상황과 같다. 신군부세력이 김대중 등 정치지도자를 구금하고 시민들을 무력 진압했듯이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등 정치지도자를 구금하고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군부의 과격한 시민 살상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공수부대를 동원한 잔혹했던 시민 살상을 떠올리게 한다. 차이점도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두환 등 신군부의 독재정치 연장을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차단시키고 마침내 민주적 헌법 개정에 이르렀지만, 미얀마는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 미얀마 헌법은 2008년 군부 정권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에 권력이 이양된 이후에도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근거로 연방의회 의석의 25%를 선거와 상관없이 보장받았고, 국방·내무·외무 등 주요 부처 장관 임명권을 독점해 왔다. 헌법에는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행정·입법·사법권까지 넘길 수 있다는 조항까지 담겨 있는데, 미얀마 군부는 이를 이번 쿠데타의 근거로 활용했다. 이러한 미얀마의 헌법은 박정희 정부 시절 유신헌법의 주요내용(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선에 의한 국회의원 1/3 선출(일명 ‘유정회’), 긴급조치권·국회해산권 등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 부여 등)을 모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60여 년 동안 정치·경제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권력과 부를 누려왔는데, 군부가 누려온 기득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번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본분으로 삼는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21세기에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돌이켜 보면, 만일 1979년 10·26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나라도 미얀마처럼 지금껏 60년이 넘도록 군부의 절대적 영향력과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1979년 10·26사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헌법 개정,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과감한 ‘하나회’ 척결 등을 통해 군부의 정치관여를 차단시키고 문민 통치시대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아무쪼록 미얀마 국민들의 신성한 ‘저항권 행사’가 부디 성공하길 기원하며, 그들의 투쟁에 성원을 보낸다. 그들이 흘리는 피와 눈물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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