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수 인천시 주택녹지국장
최도수 인천시 주택녹지국장

지난 10년간 전국 산불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한 해 산불 50%가 3~4월 중에 집중해 일어났다. 이는 봄철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후조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2월 말까지 안동 대형 산불을 비롯해 총 130건의 산불이 전국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말 발생 건수(71건)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이르게 찾아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 그리고 이상고온 현상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산불 발생과 확산은 기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기후 변화에 맞춘 산불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천시는 지난 2월 1일부터 오는 5월 15일까지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13개 기관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해 산불예방 및 진화에 대응하고 있다. 진화 인력 270명이 등산로나 산림 인접 경작지 등 산불 취약지를 중심으로 감시활동과 소각행위 단속 등 예방활동을 실시한다.  또 산불 진화차량 30대, 기계화 산불진화 시스템 26대 등 장비를 활용해 산불진화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산불감시 카메라, GPS 단말기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산불 상황 관제로 신속한 현장상황 파악 및 항공진화 지원에 나서는 등 체계적 감시·진화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특히 시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산불진화헬기 진화용수 저수조를 인천대공원 호수에 설치했다. 인천대공원 호수는 수심이 얕은 데다 바닥 진흙층이 발달해 진화용수 취수 시 진흙이 유입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시는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맞춤형 저수조를 설치해 산불진화헬기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진화용수를 취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를 통해 시는 인천 동부권역뿐만 아니라 시흥, 부천지역까지 산불진화헬기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최근 전국적인 산불 발생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는 지난 2월 말까지 3건의 소규모 산불만 발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5년간 평균 발생 건수(5.5건)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산불 발생 및 확산은 기후적 여건에 영향을 받지만, 산불이 발생하는 원인은 결국 사람이다.

인천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100% 인재로 주요 원인은 입산객 실화 및 농업부산물 소각이다. 이 중 입산객 실화는 지속적인 홍보와 시민의식 성장에 따라 최근에는 비중이 많이 감소한 반면, 경작지 내 소각에 의한 산불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경작지에서 소각행위는 크게 관행처럼 지속된 ‘논밭두렁 태우기’와 ‘각종 농업부산물 불법 소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그 실효성이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안내를 실시해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농업부산물 소각은 시의 홍보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산불대응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시는 산림 인근에서 불법소각 근절을 위해 농업부산물 파쇄기 보급 등 소각행위를 줄이고자 노력 중이다. 지역별 단속반을 구성해 계도와 단속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불법소각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만일 소각으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법처리를 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단속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야간에 소각하는 등 단속만으로 소각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불법소각 행위를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해 시작되지만, 일단 확산되면 그 피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정도로 크고 광범위하다. 동식물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산림은 우리 세대뿐 아니라 후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는 귀중한 자산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불로부터 소중한 산림을 보호하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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