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아무리 짓누르고 입을 막아도 얼굴을 한 번 후루룩 씻고, 조용히 발을 담그면 새로운 세상이 느껴진다.

그곳이 바로 북한강이기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은 먹먹해진다.

기분이 쌉싸름하게 내려앉은 잿빛 부스스한 날 아침, 금대리 나루터에 주저앉아 어스름 안개에 휩싸인 청평호수를 바라보노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이 가슴이 벅차오른다.

힘든 나날들을 되돌아보며 마음껏 소리쳐 볼 준비를 하고, 헤드폰 끼고, 강변 벤치에 깊숙이 내려 앉아 음유시인의 ‘떠나가는 배’를 감상해 본다.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가는 배요, 가는 배요, 그곳이 어드메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낙동강에는 처녀뱃사공이, 소양강에는 소양강 처녀가, 섬진강에는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대동강에는 을밀대, 두만강 푸른 물에, 한강에는 여민 가슴에 출렁이는 사랑을 노래하듯이, 북한강에는 이렇게 자존의 불씨를 이어가는 역사문화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강에 넘어가고 돌아오는 뱃길은 끊어졌지만, 청평호수에는 신개념 수상문화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연어가 힘찬 역류를 하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북한강 역사문화를 되살려보자.

거창하게 북한강 수상문화 르네상스라고 해도 좋다. 시대 변화에 따라 문화도 변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아니라 일제에 의해 소멸됐던 북한강 수상 교통문화를 되짚어 보는 일은 필연이다.

일제에 핍박당한 질곡의 역사는 저 맑은 북한강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오욕의 강을 건너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 

수백 년 이어져 내려온 북한강 수상문화를 되살려 흐르게 하자. 새로운 개념의 문화관광 트렌드, 멋들어진 복고문화를 만들어 보자.

역설적이게도 끊어진 북한강 뱃길, 청평호수에 옛 정취가 피어나는 신개념 뉴트로 문화관광이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머지않은 미래,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첨단 서비스를 받으며, 소리 없이 수면을 미끄러지듯 운항하는 스마트 럭셔리 유람선 2층 뱃머리에 걸터앉아 음유시인의 노래를 목청 높여 불러보자. 

청평호반 둘레길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지만, 거꾸로 뱃전에서 형형색색 그대로 강물에 투영되는 산자락과 계곡들, 사연 깊은 나루터, 이야기 풍성한 마을들을 바라보는 것도 제법 호사스러운 복이 아니겠는가? 

북한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천하 명경지수, 청평호수에는 문화가 구름에 달 가듯이 흐르고 있다.

이 고귀한 수상문화 현장에 서서 육중한 청평댐이 가로막은 북한강 수상교통 요지를 되짚어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혈맥, 나라 곳간을 채우는 젖줄, 끊임없이 흐르는 북한강줄기 언덕 한편에 서서 잠시 인문학적 사유(思惟)를 한 번쯤 곁들여 보는 것도 값진 추억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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