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과거 우리 기업에 벤치마킹(benchmarking)이란 용어가 의식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벤치마킹이란 ‘경쟁 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 업체를 따라잡음. 또는 그런 전략’이라고 정의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어느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기준, 목표로 삼아 자기 기업과의 성과 차이를 비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뛰어난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면서 부단히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기법을 일컫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본따르기(본따르다, 본따라 만들다)로 순화했다. 한마디로 벤치마킹은 과거 ‘최고’를 지향하던 산업화 시대 발상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 이젠 디지털 시대, 정보화 시대다. 지금은 최고가 아닌 ‘최초’를 지향하는 의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우리 교육에도 마치 발등에 불 떨어진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젠 남이 안하는 것을 하도록 가르쳐야 일류가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의 정신이자 교육 슬로건이 돼야 한다. 10년 후인 2031년 달력을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고 인재 육성 교육에 전념하는 상아탑의 총장이 있어 주목한다. 그는 평소 연구실 TV를 거꾸로 걸어두고 있는 등 과거부터 ‘괴짜 교수’로 불려왔다. 1999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드라마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교수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바로 현재 카이스트 총장 이광형 교수다. 

그는 ‘10년 후 미래를 생각하며 살자’는 취지로 2031년 달력을 만들고 거기엔 거꾸로 된 세계지도, 거꾸로 된 대학 조직도 등을 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 위상이 세계 12위고, 세계 10위권 기업과 음악, 영화 등에서도 세계 수위권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성인의 상징, 대학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인즉 한 마디로 말해 우리 대학이 획일화돼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몇몇 대학들은 국가 위상에 맞는 세계 일류대학을 꿈꾸고 있지만 그들은 말과 행동이 이원화돼 있다. 

기존의 ‘따라하기’ 성장 전략으로는 한계에 부딪혀 단지 청사진의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거기엔 이미 한계에 다다른 벤치마킹 전략을 여전히 구사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리 청년들의 로망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고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삼성이나 구글, 애플과 같은 대기업을 지향하는 것은 2류 의식의 대표적 증거다. 

그들은 유대인의 본고장 이스라엘이나 가까운 G2 중국과 같이 창업을 원하는 다수의 젊은이들과는 다르다. 세상에서 일류가 되기 위해선 세계 일류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능력을 믿고 배짱과 용기로 자기 인생을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투신하는 청년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종국적으론 본인을 위하고 인류를 위한 대도(大道)다. 단지 현실에 구속되고 안주하고자 스스로 설정한 한계, 울타리에 갇힌 청년들과 그들을 배출하는 우리 고등교육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라"고 말했다.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교훈은 수없이 많다. 문제는 두려워 꿈조차 꾸지 못하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우리 교육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창업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2030 MZ 세대는 4·7 보궐선거에서 의식의 반란을 꾀했다. 바로 이것이다. ‘최초’를 향한 의식전환, 연대의식, 사고 역발상으로 넥슨 김정주, 아이디스 김영달, 올라웍스 김준환, 네오위즈 신승우 같은 창업가들을 육성하는 교육은 바로 ‘최초’를 지향하는 교육에서 출발함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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