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림 칼럼니스트
김호림 칼럼니스트

2020년 7월 23일 닉슨 기념도서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부 장관이 행한 "만일 자유 세계가 중국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중국이 우리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라는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이끌어온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됨을 천명하는 확고한 선언이었다. 지난 대선 이후 새 행정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관계는 섣불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미국민들의 대중국 불신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미국 보수성향의 시사잡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서 중국 인민대학교의 교수이자 중국공산당 고문인 ‘진 칸롱’(Jin Canrong)의 양국 관계에서의 중국 견해를 솔직하게 피력한 연설문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이웃한 우리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그 시사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교수의 두 차례 연설은 향후 ‘중국 세기(世紀)’의 위대한 계획을 알리는 것으로 6개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단계는 미국의 포용정책으로 중국의 굴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국부 창출과 함께 미국과 대등한 국제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이는 덩샤오핑의 전략적 선택인 ‘미국 시스템 내에서의 국가 발전’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둘째 단계는 2013년 시진핑이 제안한 미국과의 ‘세계동반통치’이다. 미·중 간 충돌과 대치상태에서 벗어나 상호존중과 상생 협력 관계를 구축해 함께 세계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협력하되 자국 우위를 원하고 있으나, 중국의 장기전략은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공동지배를 이뤄내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미국 몰아내기’ 전략이다. 미국은 책임은 나누면서 권력은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나, 중국은 압박을 가해 남중국해와 타이완해협에서 미국을 밀어낼 것이다. 

미국 국가시스템의 약점은 국민의 컨센서스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외부의 적이 동시다발적으로 위협하면 방향감각이 혼란해질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중국은 다수의 적을 만들어 미국을 혼란시킬 뿐 아니라 채무국으로 전락시켜 패권국으로 부상하려는 계획을 도모할 것이다. 그 두 개의 기둥으로 서쪽으로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 지대’ 형성으로 미국을 배제시키려는 구상이다. 

넷째 단계는 음양(陰陽)의 양동작전이다. 미국은 모든 시스템이 투명해 양(陽)의 면모를 가진다. 반면 중국은 숨길 수 있는 음(陰)의 양상으로, 미국과의 게임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국의 의도를 숨기며,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 다수의 적을 만들어 전열을 분산시키고, 외채 위기를 촉진하며, 미 의회를 통제할 뿐 아니라 끝내는 미국이라는 경쟁자이자 협력자를 함정에 빠뜨려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의도이다. 

즉 중국은 미국과 경제협력으로 경제 대국을 이뤘으나 음의 양동작전으로, 미국 경제를 고갈시켜 패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이다. 다섯째 단계는 미국의 자유민주주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미국 내부에 상호투자 협정을 통해 좋은 조건으로 진압해 수익을 창출하고 자본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회의 모든 선거지역으로 투자를 확대해 하원의원들을 중국 영향권으로 흡수함과 동시에 그들이 원하는 인사를 당선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면 미국의회는 중국인민의회의 제2상임위원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세계 패권 국가가 되려는 야망이다. 시진핑은 세계를 지배하는 ‘중국의 세기’를 만들려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분열과 혼란으로 인한 쇠퇴는 곧 중국공산당에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이같이 냉혹한 국제질서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당사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문명과 인류 보편가치인 주권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개인과 진실존중이 지켜지고 보호되느냐에 관한 전 인류의 문제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다. 국가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개인은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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