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올해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처음 맞는 나무 심기 원년이다. 산림청은 국민 모두가 나무 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함께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촌 최우선 어젠다가 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바로 나무 심기다. 그 첫걸음은 어떻게 해야 잘 뗄 수 있을까? 나무를 많이 심는 것만이 정답일까? 양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다. 바로 환경에 이로운 수종을 고르는 거다. 

 산소 배출량과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나무를 선별해서 심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무가 환경적으로 더 이로울까? 국립생물자원관에 문의한 결과,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은 나무는 소나무, 잣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 느티나무, 수양버들, 메타세쿼이아, 튜울립나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외에도 산소 공급 능력이 뛰어나고 수변에도 이로운 수종으로 이팝나무, 편백나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주변 생태에 가장 적합한 나무를 골라 심으면 보기에도 좋고 지구에는 더 좋은 청정지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인구의 90% 이상이 사는 도심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발을 피할 수 없기에 환경을 1순위로 생각하면서 시민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늘려가야 한다. 공원 하나를 조성하더라도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지, 어떤 풀을 심어야 할지 충분히 고려해서 친환경 요소를 채워나가는 이유다. 

 이번 식목일 행사 역시 팍팍한 산업단지에 숨을 불어넣고, 도심의 허파가 돼야 할 완충녹지의 단절된 곳을 잇자는 의미로 검단일반산업단지와 석남완충녹지에 느티나무, 튜울립나무, 이팝나무 등을 심었다. 단순히 녹색을 채우고 숲을 넓히는 게 아닌 자연 그리고 환경과 조화를 목표로 했다. 환경에 이로운 수종을 쭉 심어 이음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보기에도 좋고 걸으면 더 좋은 명품길이다. 

 대표적으로 공촌천 하류에 671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2.6㎞의 산책길을 조성했다. 공촌천 상류에는 왕벚꽃나무길, 나진포천에는 이팝나무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천도 구경하고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느끼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공촌천 중류에는 1㎞에 달하는 국내 최대 연장의 명품 느티나무 숲길도 탄생시켰다. 더군다나 이곳은 버려질 뻔한 나무를 살려내 24억 원에 달하는 예산까지 절감했다. 인근 경서3구역 도시개발사업 경계부 도로폭을 확장하면서 베어내야 했던 느티나무 300주를 고민 끝에 재활용, 친환경 숲길을 선보이게 됐다. 

 이러한 실천이 시급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 정리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 133년간(1880~2012) 지구 표면 온도는 평균 0.85℃ 상승했다. 한국은 106년간(1912~2017) 1.8℃나 올랐다. 무려 두 배가 넘는다. 최근 30년간만 봐도 한국은 1℃ 가까이 오르며 지구의 100년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날씨도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계절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5월부터 초여름 날씨가 시작되고 여름엔 폭염, 겨울엔 혹한이 이어진다. 

 점점 길어지는 장마 역시 한반도가 보내는 이상신호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제주도 용머리해안은 30년 동안 해수면이 13㎝나 상승하며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은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17일이나 일찍 피어 관측 99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를 보였다. 이제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동시에 ‘탄소 감축’ 대책과 함께 ‘탄소 적응’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근본적으로 줄여나가는 것과 함께 잘 적응해나가는 법을 연구하는 거다. 누구나 쉽게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은 나무 심기다. 여기에 수종을 고려하고, 도심이라면 더 이로운 공간을 찾아내고, 이왕 심는다면 이음길로 만들어내고, 고민해서 버려질 나무까지 살려낸다면 금상첨화다. ‘잘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지구를 살리는 나비효과, 그 힘찬 날갯짓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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