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도로가 변변치 않던 시절, 가평 적목리 사람들은 걸어서 도마치고개 넘어 화천 사창리로 장을 보러 다녔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를 왕래하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도마치(道馬峙)고개라고 했다는데, 고개 밑에 있는 골짜기가 바로 청정옥수가 흐르는 도마치계곡이다. 가평 팔경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은 신비로운 비밀의 청정계곡이다. 관광자원으로서 잠재력을 가진 계곡을 선정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관광명소화 공모사업을 진행하는데, 가평 적목리가 선정돼 참여하고 있다.

도마치 골짜기에서 발원한 이 청정옥수는 가평천으로 흘러들어 북한강에 합수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경기도 청정계곡 관광명소화 사업은 가평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북한강 백리 뱃길 전략사업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다. 

가평군은 오랜 세월 경기도 동북방 수도권 규제 경계선에서 묵묵하게 헌신해 왔다. 덕분에 도마치계곡과 같은 자연생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통신먹통, 극한공포 숲, 원초적 생태자원, 용의 연못 등 관광 목적지로서 희소가치가 높다. 적목용소(赤木龍沼)는 천신만고 끝에 용이 돼 하늘로 오르던 이무기가 임신한 여인에게 들켜 낙상한 물웅덩이다. 

또 하나의 관광명소, 무주채폭포는 이끼가 낀 오르막 돌계단 끝에 있으며 국망봉, 견치봉, 민둥산, 강씨봉, 도마치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천하명당이다. 옛날 무인들이 훈련을 마치고 나서 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태봉국 궁예와 왕건이 천하 쟁패할 때 궁예 부인 강 씨가 피신해 토굴을 파고 살면서 태봉국의 수도 철원을 바라봤다고 한다. 

역사를 유추해보면 그 무인들은 궁예의 군사들이 아니었던가 싶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한이 서린 용소폭포와 무인들이 나물 먹고 술 마시며 춤을 췄던 무주채폭포가 얽혀 있는 신비의 도마치계곡은 상상만 해도 황홀한 비밀 계곡이다. 한편, 도마치와 계곡명소 쌍벽을 이루는 조무락골은 석룡산 자락 등반길에 있는 청정계곡이다. 골뱅이소, 중방소, 가래나무소, 칡소 등 이름도 재미있는 폭포와 담, 소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석룡산은 정상에 용처럼 생긴 바위로부터 시작해 용틀임하듯 구불구불 계곡들이 이어지며 하나의 큰 통바위로 형성돼 있다. 빼어난 산수 경관 속에서 새들이 춤추며 재잘거려서 조무락(鳥舞樂)골이라고 했다. 조무락골 등산로에 있는 복호동폭포는 호랑이가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는 물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물은 힘없는 백성들에게 있어서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아무리 민심을 잘 헤아리는 지도자라고 해도 치수(治水)를 잘못하면 불안정하다. 치수를 잘못하면 임금자리마저도 위태롭다고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순임금은 황하강의 물을 잘 다스려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무조건 댐을 막아 홍수를 막는 대신 물길을 자연스럽게 터 줌으로써 강의 범람을 막았다. 

이렇게 물만 잘 관리해도 백성들은 지도자를 존경하게 된다. 반면 일제강점기에는 북한강 허리 토막에 중력식 청평댐을 건설해 가평군의 고귀한 역사문화를 수몰해버렸다. 수백 년 이어온 전통적 교통문화인 북한강 수운(水運) 물길을 끊어버렸고, 오늘날 북한강 수변생태 관광명소인 자라섬의 범람을 일으키는 장애가 되고 있다. 지금도 무시무시한 콘크리트 댐이 천하 명경지수인 청평호수를 막아서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대적 문화 생성과 소멸을 우리 손으로 직접 관여하지 못한 결과이다. 

비밀의 관광명소 도마치계곡이 북한강 뱃길 백리 치수사업의 첨단에 서 있다. 도마치계곡에서 발원하는 청정옥수가 가평천을 거쳐 북한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오래전 적목리 사람들은 걸어서 도마치고개를 넘어 화천 사창리로 장을 보러 가다가 도마치계곡에서 땀을 식히곤 했다. 그 추억의 도마치계곡에서 적목리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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