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북벌전은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그 끈질긴 노력과 그 과정에서 보이는 신출귀몰하는 전략전술 등으로 삼국지 후반부의 압권을 이룬다. 그 가운데 49개의 작은 등잔과 본명등(本命燈)을 밝히고 인간 수명을 관장하는 북두(北斗)에게 일기(一紀 : 12년)만 더 살게 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에 이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기도하는 동안 7일만 계속 본명등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면 되는데 엿새째 되던 날 사마의 군대가 쳐들어왔다며 호들갑을 떨며 뛰어든 위연의 발길에 불은 꺼지고 제갈량은 산발한 채 짚고 있던 칼을 내려놓고 탄식한다. "죽고 사는 것이 다 명줄이 있으니 기도하여 얻을 수 있지 않도다."

 이후 제갈량은 마지막 전선을 시찰하고 돌아와 ‘하늘의 뜻이 이러하니 어찌하겠느냐’면서 가을바람 부는 오장원에서 5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일을 두고 그가 죽은 날 밤, 하늘과 땅이 슬픔에 잠겼고, 달도 빛을 잃었다(是夜天愁地慘月色無光)라고 했다. 큰 인물이 사라지면 천기도 대자연도 달리 반응한다는 데 요즘 우리 주변은 거꾸로 가는 것만 같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