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그가 게으르고 우유부단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있는 글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 그의 삶은 그와 정반대였습니다. 「내 영혼의 산책」(박원종 저)에 그의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1879년부터 1883년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썼으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는 등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게다가 글에 대한 평판도 나빴다. 심지어 ‘감상적인 오락가’라는 비난마저 들어야 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소심증 환자였다. 젊었을 때는 친구 집 앞에서 벨을 누르지 못해 20여 분이나 머뭇거릴 정도였다." 이랬던 그가 어떻게 무명의 설움을 딛고 세계적인 작가와 명연설자가 되고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되었을까요? 

훗날 연설을 마친 후 어느 기자로부터 "어떻게 이토록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훌륭한 연설가가 될 수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가 한 대답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실패를 많이 했소. 소심한 데다가 능력도 부족했죠.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며 연습을 하고 또 했소. 스케이트를 배우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연습하듯, 난 실패하거나 남들이 비웃어도 포기하지 않고 연습을 계속했소."

그랬습니다. 비밀은 꾸준히 준비하는 태도였습니다. 그 준비가 쌓여 어느 날 자연스럽게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준비는 ‘과정’이고, 성공은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결과인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곤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경쟁자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성공 지향적인 사회에서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쉽고,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발탁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성공을 과정의 부산물로 여기는 사람들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저 준비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뿐인데, 그것이 훗날 멋진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온갖 위험한 묘기를 선보이는 개그맨 김병만 씨도 같습니다. 자신의 책인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에서 그는 무명시절에 겪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그 아이템이 몇 개나 있어요?"라고 감독이 물었을 때 그는 "150개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감독이 놀라워하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자, 그는 그것을 모두 적어놓은 아이디어 노트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이런 그의 태도가 쌓여 오늘날의 ‘달인’이 됐고, 최근에는 3년 동안 31번의 응시 끝에 항공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파일럿이 되게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가 미리 준비한 사람들이란 점만큼은 인정해야겠습니다. 준비가 잘된 사람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바로 위기의 순간입니다.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모차오 저)에 시카고에서 열린 대규모 식품박람회장에 참가한 한스식품회사의 성공담이 실려 있습니다. 배정받은 부스가 가장 외진 층의 구석진 곳이어서 고객이 오지 않을 것을 안 사장이 박람회 측에 항의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다음 날, 부스를 비워두고 사라졌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사람들은 박람회장 바닥에 동으로 제작된 작은 메달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메달 뒷면에는 ‘이 메달을 주운 분은 X층 C번 부스에 있는 한스식품으로 오세요. 사은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잠시 후, 부스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입소문이 난 탓으로 신문에까지 실리게 돼 박람회장에서만 무려 55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그동안 준비가 많이 된 사람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나드 쇼와 김병만 씨처럼요. 이제야 버나드 쇼가 "나는 젊었을 때 열 번 시도하면 아홉 번은 실패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열 번씩 시도했다"라고 말한 이유를 조금은 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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