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고 있는 김영무 ㈜하온아텍 대표.
"안전에 대한 부분에서 원자력발전소나 항공기, 철도에 기준이 있듯 무대장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국내 최초로 SIL(Safety Integrity Level)3 인증을 받았습니다."

국내 무대장치 제어시스템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하온아텍 김영무(62)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첫마디다.

김 대표는 지난달 SIL3 인증을 받았다. SIL 인증은 철도, 자동차 등 산업장비의 전자·전기·신호 분야 안전성과 신뢰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글로벌 안전성 인증 제도다. 하온아텍은 국내 무대장치 제어시스템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회사가 생산한 시스템은 국내와 해외의 오페라, 뮤지컬 등 공연에서 쓰이고 있다.

김 대표가 SIL3 인증을 받는 이유는 외국의 것을 베끼기만 했던 국내 무대장치 업계도 이제는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 줄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가 처음 창업하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무대시스템은 대부분 일본의 제품을 베끼는 수준에 불과했다. 1992년 예술의전당이 지어지며 처음으로 국내 유럽 무대시스템이 들어오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문화 쪽은 일본 기술로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을 지었고, 대부분 일본을 베끼는 수준이었다"며 "예술의전당 무대를 설계하면서 독일 회사와 공동 작업을 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국내에도 문화에 대한 미래 수요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창업한 이후 큰 공연장들이 생겨나면서 점차 일본식에서 유럽식 무대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국내 공연장에서 유럽식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부품 수급 등 유지·관리가 쉽지 않았다. 유명 공연장이 시스템 고장으로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문화관광부는 정부 시책으로 국산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회사는 더욱 성장했다.

김 대표가 처음 입사했을 때 국내 한 개에 불과하던 무대장치 업체는 현재 70여 개나 된다. 그가 창업한 회사도 30년이 되면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고 국내 무대기술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전반적인 무대장치 업계가 커졌지만 김 대표에게는 무대에 세울 한국만의 콘텐츠 부재가 고민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공연할 수 있는 극장들이 많아졌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며 "정작 10년 뒤, 20년 뒤 공연할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가 없는 상황으로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나은섭 기자 sn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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