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절정이자 가족 간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집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의 가화만사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선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시대 흐름을 이해하면서 서로의 장점은 북돋워줘야 한다. 직장에서도 모임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두루 통용되는 가르침이다. 

그 중 핵심은 세대 간 화합이 아닐까 싶다. ‘90년대 생과 함께 생존하기 위한 가이드’를 풀어낸 「90년생이 온다」가 세간의 화제를 모은 이유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얘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란 표지 문구가 참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건 이 질문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다는 거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심지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글귀가 있다고 전해진다. 옛날 옛적에도 ‘당시 애들’은 ‘당시 어른’보다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이고, 할 말은 하면서 자기 주관을 드러냈던 듯하다. 

생각해보면 이 말이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돌고 돌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모두 청년세대와 기성세대를 두루 겪는다. 과거의 청년세대가 현재의 기성세대가 되고, 지금의 청년세대 역시 훗날 기성세대가 된다. 나 역시도 청년에서 지금의 어른이 되기까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새삼 깨닫는 게 많다. 당시엔 답답하고 도저히 이해불가했던 순간들이 어느새 ‘아!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느껴지곤 한다. 우리가 꼰대라고 여기며 탐탁지 않게 여겼던 그 시절 어른들이 ‘나 때는 말이야(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며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자면 사실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아픈 몸을 이끌고 평생 일만 하신 어머니, 다리 하나를 목발에 의지한 채 살아야 하는 억한 심정을 자식들에게 호통과 꾸지람으로 표현하신 아버지 밑에서 때론 원망하고 때론 벗어나길 바라며 지냈었다. 이러한 환경들이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 ‘스스로 뭐든 해내야겠다’는 의지와 독립심을 키우는 자양분이 돼줬다는 건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알게 된 깨달음이다. 

혹자는 최근 세대 갈등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중요시하는 워라밸, 소확행, 퇴사준비생, 1인 가구 등에 기성세대는 불안해하고 걱정을 내비친다. 하지만 낯설고 때론 당혹스러울지라도 밀레니얼 세대가 틀린 건 아니다. 시대가 변했듯 세대도 변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회·경제 전반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 혁신에 발맞추려면 말이다.  기성세대가 신념처럼 여긴 경쟁, 성장, 신분 등과 반대되는 개념인 개성, 다양성, 차별성, 삶의 질 등 탈물질주의로 변해가고 있다. 자유롭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세상인 것이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2회 자치분권 포럼’의 한 세션이었던 ‘밀레니얼 시대 창조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식포럼’에서도 느낀 바가 많다. 밀레니얼 개척자가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 혁신 사례에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다양한 세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며, 취향과 가치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과 자원을 이어 혁신창업가이자 지역혁신가 나아가 공공혁신가로 성장해가는 그들이었다. 그들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밀레니얼은 나이와 세대보다는 창조와 혁신으로 구분되기에 ‘나도 충분히 그 대상이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시대의 강점을 살리는 건 분명 좋은 일이고 위대한 일이다. 그 길을 앞서가는 우리 밀레니얼 세대에게 한없이 고마움을 느낀다. 다만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지혜를 거름 삼아 보다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세대 불변의 법칙’이 있다면 연대와 협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서다. 부디 ‘나 때는 말이야’로 들리지 않길 바라며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각자의 가치를 발휘하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더 큰 의미의 공화만사성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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