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분단 70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동족인 남북한 간에는 갈등과 대립, 대결의 역사가 계속돼 왔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외형적으로는 ‘우리민족끼리’를 주창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전 한반도의 공산화혁명’ 달성을 위해 끊임없는 대남심리전을 전개하는 가운데 무력도발 등 ‘정전협정’을 위반해 왔다. 특히 1960년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비롯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그리고 최근에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및 우리 정부를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을 지속적으로 전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과는 너무나도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남북한은 1970년대의 ‘7·4남북공동성명’을 비롯해 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2000년대에는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선언과 10·4선언’을 도출했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지난 2018년에는 북한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해 ‘4·27선언’과 ‘9·19선언’을 공표했는가 하면, 북한과 미국과의 정상회담 개최라는 매우 값진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 꼬리 3년을 묻어둬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북한은 핵개발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 등 전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및 미국과 합의를 수포(水泡)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지난 27일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이했으나, 경색되고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그 어떤 계기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남북한 간 교류나 협력은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에 즈음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보다리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대화 상대방인 북한은 이 선언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방북할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으나, 그 성사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강이 너무 많기 때문에 결코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교황청과 북한 간에는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외교관계가 없고, 여기에 더해 ‘종교의 자유’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교황 초청이 갖는 의미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득실이 작용할 것이고,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 볼 때 그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합의를 내외에 공표한 이 선언’은 백지(白紙)처럼 그 이행과 실천이 전면 유보돼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전망도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움직임 등을 감안해 볼 때, 그리 밝게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평가를 토대로 남북한 간, 그리고 북미 간에 이를 극복하고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 대안 마련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4·27선언’ 3주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처럼 북한당국이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핵개발 포기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과 협력 등과 관련된 잇따른 여러 가지 제의나 요청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하게만 보여지는 것은 필자만의 우둔(愚鈍)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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