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돌아왔다. 코로나19와 함께 맞이하는 두 번째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같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어떻게 가정의 달을 맞이해야 하는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깊어질 시기다. 이맘때면 어린이 날 관련 행사가 여기저기서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모습은 이제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이 소방관 옷을 입어가며 직업 체험을 하거나, 놀이기구를 타려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줄 서 있는 모습이나, 아이스크림이나 솜사탕 같은 군것질 거리를 손과 얼굴에 다 묻혀가며 먹는 모습이 사라졌다. 아이들을 위해 개발됐다는 ‘집콕’ 혹은 ‘홈콕’ 놀이 세트라는 ‘신문물’이 위의 모습들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이런 신문물 대부분은 유튜브 등을 접속해 활용법을 동영상으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정말 집에서 휴대전화 하나면 만사형통이 됐다. 며칠전 점심을 먹으려 인천시교육청 인근 한 식당에 들어갔다. 뒤 테이블에 인천시청 소속 공무원 셋이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어떻게 어버이날을 보낼 것인지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워낙 작고 조용한 식당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가정의 달을 맞아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있어서인지. 이들의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 명이 먼저 "만나서 어떻게 하려고, 모이면 인원 제한에 걸려서 외식도 못하고, 찾아 뵙는 것도 싫어하실 수도 있잖아"라고 한 뒤 나머지 둘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글쎄. 일단 우리는 만나기는 할 것 같은데, 매번 그래 왔고, 외식은 못한다 해도 인사를 안 할 순 없을 것 같아. 용돈이나 조금 챙겨야지"라고 했다. 마지막 한 명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에서 공무원 사적모임 금지인데 당연히 만나지 말아야지. 우린 공무원이잖아"라고 투철한 사명감을 강조했다.

실제 어버이날 관련 취재차 만난 어르신들은 가족들이 찾아와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보다 자식들이 안전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기를 더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로 만남의 제한이 있다 보니 손자들을 못 본 지 너무 오래돼, 가능하면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미를 흐리기도 했다. 그나마 어르신들도 손주들이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를 한다고 했다. 이들에게도 휴대전화가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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