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은 갈수록 좁아지는 운동장과 성적을 지향하는 학업환경 등으로 인해 몸을 사용하는 활동들이 줄어들면서 체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건강체력평가(PAPS)’ 결과에 따르면 ‘저체력 또는 미만’을 나타내는 4등급 판정을 받은 경기지역 학생 비율은 2018년 12.4%에서 2019년 13.6%로 1.2%p 증가했으며, 5등급 학생도 2018년 1.5%에서 2019년 1.6%로 0.1%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저체력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융합형 건강체력교실 운영 모델 보급(건강체력교실 의무 운영, 스포츠활동+영양상담+보건상담+정서상담 병행 운영) ▶체육수업 방법 개선 및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성화 지원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원격수업 및 스포츠클럽 운영 등 비대면 학생 신체활동 활성화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외에도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체험과 연수 및 연구가 가능한 융·복합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도내 학생 누구나 건강한 삶을 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용인시 기흥구에 건립했다.

 올해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 ‘경기학생스포츠센터’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복도 전경.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복도 전경.

 # 폐교를 활용한 전국 최초의 학생 맞춤형 스포츠센터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최초로 학생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스포츠 체험·교육·문화를 융·복합할 수 있는 공간이자 폐교를 활용해 건립됐다는 점이다.

현재 경기도내에는 지역 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된 곳이 89곳(올 1월 기준)에 달하며, 여기엔 1990년대에 폐교된 5곳도 포함돼 있다. 이 중 72곳은 청소년수련관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도심지역에서 학교 신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과 달리 도서산간 지역에서는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도 여전히 많은 상태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폐교 활용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오고 있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2019년 2월 지역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된 옛 기흥중학교 건물(용인시 기흥구 신갈로 138번길 23)을 리모델링해 총 4개 층, 22개 실 규모(총면적 5천670㎡)로 조성한 공간이다. ▶놀이형 체험 ▶스포츠진로형 체험 ▶기초체력 향상 체험 ▶스포츠 연수·연구형 등 4가지 유형의 다양한 스포츠 체험과 연구공간으로 구성됐다.

요가·필라테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창작실’.
요가·필라테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창작실’.

1층에는 실내자전거 동력으로 슬롯카 레이싱을 하는 ‘바이크 레이싱 존(zone)’과 농구골대 11개가 설치된 ‘융·복합스포츠 콤플렉스’ 시설이, 2층에는 융·복합스포츠 콤플렉스 천장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를 통해 스포츠 활동을 촬영·모니터링하고, 이를 활용해 유튜브 등 방송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다락방 미디어실’과 실제 경기처럼 해설을 하는 등 스포츠 아나운서와 해설, 기자 및 PD 등의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미디어실’ 등이 마련됐다.

3층에서는 경기학생스포츠센터에 입장할 때 착용한 손목밴드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스포츠 콘텐츠를 이용하고 활동 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GX룸’을 비롯해 요가와 필라테스, 폴댄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 창작실’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4층은 스포츠 강사 및 교사의 실기 연수 공간인 ‘다목적 실기연수실’과 풋살 등의 체험이 가능한 ‘원형경기장·풋살장(스타디움)’, 국제회의도 가능한 ‘원형 화상회의실’이 꾸려져 있다.

특히 각 시설마다 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다양한 스포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가변적 공간 활용에 초점을 두고 조성된 점이 눈에 띈다.

김규성 도교육청 학생건강과 장학사는 "최근 수년간 저체력 및 비만 학생 비율이 소폭 증가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학생들의 체력 저하 문제가 중요 과제가 됐다"며 "학생들이 재밌는 신체놀이를 하며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 스스럼없이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적 목표를 갖고 공간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오전과 오후 각 3시간씩 나눠 소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센터 2층에 조성된 ‘스포츠 미디어실’.
센터 2층에 조성된 ‘스포츠 미디어실’.

#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된 공간, 주민과 함께 한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도교육청 예산 외에도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2018년 3월 ‘(가칭)체육건강교육진흥센터 설립 기본계획(안)’이 수립되면서 본격적인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건립에 착수한 도교육청은 ‘모두가 함께 스포츠 가치를 즐기고 향유하는 융·복합 스포츠 콤플렉스 구축’을 목표로 같은 해 5월 용인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의 일부 시설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누구나 부담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 도교육청의 계획과 용인시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졌다.

이에 따라 경기학생스포츠센터는 도교육청 78억 원과 용인시 191억 원 등 269억 원의 시설 구축 예산이 투입돼 지난해 4월 착공, 올해 2월 준공됐다.

운동장 및 급식실 부지는 학부모 등 지역주민을 위한 스포츠시설로 제공하고자 용인시에 무상 임대, 현재 체육관과 수영장을 비롯해 지하주차장과 지상 공원화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으로, 내년 하반기께 완공된 뒤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그러나 양 기관의 협력 과정이 마냥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협력 자체는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기관별 입장 차와 함께 주민들의 요구도 당초 계획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교육청의 자산인 경기학생스포츠센터 부지를 무상 임대하는 과정에서 토지주와 건물주에게 다른 문제가 발생해 풀어야 할 난관도 있었다.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협의를 거친 양 기관은 향후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환원된다는 점 등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의 건립 취지와 방향성에 뜻을 모아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그 결과, 경기학생스포츠센터 1층에 용인시평생학습관 공간이 조성된 상태로,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교육청은 2017년부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진로 개척 및 평생건강 습관을 형성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종목형 공공스포츠클럽 개념인 ‘G-스포츠클럽’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체육 인프라 통합을 통한 마을과 함께 하는 초등스포츠클럽 운영을 계획 중이다.

시·군체육회에서 방과 후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스포츠클럽을 개설해 ▶강사 인력풀 조성 ▶학생 관리 ▶클럽 개설 등 업무를 담당하고, 이를 통해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체육인재를 육성·발굴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형 스포츠클럽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학교체육 활성화 및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지역 스포츠클럽 문화의 정착도 모색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개관을 계기로 폐교를 활용한 학생스포츠센터 설립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승일 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은 "현재 경기남부지역 외에도 학생스포츠센터 설립 요구가 있어 권역별 학생스포츠센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1단계로는 100만 명 이상 도시, 100만 명 미만은 지역 2~3곳을 묶는 등 학생스포츠센터를 확대하는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상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의 사례와 같이 지자체와의 교육협력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스포츠센터를 통해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나 스포츠의 가치를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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