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매달 최소 한 번 이상 카센터를 찾고 있다.

차를 끔찍이(?) 아껴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차는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한다.

내가 자주 카센터를 찾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차에 문제가 있어서다. 국산 SUV 가운데 가장 튼튼한 차량 중 하나로 손꼽히는 차량인데다 아직 총 주행거리가 9만㎞에도 도달하지 못했지만, 출고된 지 9년이 지나면서 세월의 무게를 이기기 힘든 탓인지 자꾸 여기저기 고장이 발생한다.

연식이 있는 차량의 수리가 반복되니 매번 ‘필요한 부품은 있을까? 이번엔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까?’ 등 불안감이 점점 커지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차를 바꾸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카센터에서는 "그동안 수리하느라 쓴 돈이 얼만데 차를 바꾸냐. ‘본전’ 생각해서 계속 타셔라. 평소 관리를 잘해서 이번만 수리하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자꾸 말썽을 부리는 차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고 있다.

그나마 아직 다행스러운 점은 수리를 할 때마다 늘 필요한 부품이 있다는 것이다. 몇 년전 모델변경이 이뤄진 탓에 부품이 단종됐을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쉽게 부품을 구할 수 있다.

때문에 수리를 마치고 나면 언제 문제가 있었냐는 듯이 차량은 또다시 힘차게 달려준다.

이는 어쩌면 기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사회에서는 조직 내에서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사람을 쉽게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없거나 빠져나간 인원을 충원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조직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지만, 기계는 문제가 생긴 곳에 맞는 부품을 가져다 교체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차량의 경우 전용 스캐너를 이용해 정확히 찾아낼 수 있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차량이 자꾸 문제를 일으킬 때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그 차량을 오래 타면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는 것처럼, 인간 조직에서도 문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그 조직이 건강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고장난 부품이 다른 부품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은 일이 조직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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