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누구나 학창시절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늘 무거운 머리에 오히려 학교 수업이나 공부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를 기억할 것이다. 반면에 충분히 취한 수면 덕분에 개운한 상태에서 훨씬 효율적인 공부에 좋은 성과를 거둔 적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면은 학창시절 공부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평소 최상의 신체적 컨디션을 갖고 공부하려는 학생(수험생)이나 이를 도우려는 부모에게 수면의 중요성은 상호 공유의 매우 중요한 의식(意識)이다. 

"어제는 몇 시에 잠들었니?" "밤 11시쯤이요" "잠은 어땠니? 푹 잤니?" "그제보다 1시간이나 일찍 잤는데 더 피곤해요. 어제 저녁을 많이 먹어서 소화가 안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구나. 이제부터는 저녁식사에 무거운 음식은 피하도록 해야겠다."

이 대화는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의 부모들과 자녀들이 아침에 나누는 일상적인 모습이라 한다. 부모는 아이의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그리고 개선사항까지 꼼꼼히 점검하며 수면일기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가 즐겁게 뛰어노는 것이 우수한 학업 성적의 이유라며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핀란드 사람들이 자녀들의 수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집중력을 매우 중시해서 학교 수업시간 중에 집중력을 기르는 시간까지 따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핀란드 학생들의 PISA(학업 성취도 국제학력평가)에서 읽기, 수학, 과학 등 영역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는 우수한 성과를 얻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학력을 측정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이 테스트는 단답형이 아닌 종합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뉴스 앤 월드리포트’는 핀란드를 교육 분야에서 가장 본받아야 할 나라로 꼽았다.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껏 부럽고 닮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이는 교육열에서 둘째라 해도 서러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OECD 34개 국가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나라인 한국은 주당 50시간 학습을 하는 것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반면에 핀란드는 35시간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 효율성이 핀란드가 우리보다 훨씬 우수한 것은 우리에겐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다. 

물론 핀란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무상으로 교육하는 나라이다. 학비만 무료인 것이 아니다. 급식이나 준비물 등 공부를 하기 위한 부대비용까지 국가에서 모두 지원한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두 나라 간 교육 복지의 간격을 메울 수 있는 것으로 아주 다행이다. 하지만 핀란드와 대한민국에서 보이지 않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수면의 양과 질 관리에서 드러난다. 

한때 우리에게 ‘4당 5락’이라 하여 4시간을 자면 합격하고 5시간을 자면 낙방한다는 초인적인 교육 신화는 이제 완전히 잊어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충분한 수면이 건강은 물론 학습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핀란드는 과거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생후 2년까지 밖에서 잠을 재우며 차가운 곳에서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참을성을 기르는 가정교육을 실시해 왔다. 독특한 핀란드의 문화라 치부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이는 성장기부터 충분히 잠을 자야 올바르고 훌륭하게 자란다는 부모의 의식이 매우 필요하다. 자녀의 수면일기까지 쓰면서 자녀를 케어(care)하는 것은 우리의 가정교육에서도 충분히 숙고할 사항이다.

불충분한 잠은 아동학대라 할 만하다. 바야흐로 정보화,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의식과 보다 업그레이드된 학습 관념으로 가정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언(提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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