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지난 14일 신임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하고 소문난 ‘예산통’인데다 국무조정실장 당시 뛰어난 현안 조율 능력을 발휘한 분으로 정평이 나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안고 기대해 본다. 

인구의 90%, 10명 중 무려 9명이 도시에 거주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도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과 교통, 이 두 가지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 공교롭게도 내가 단체장으로 있는 인천 서구다. 이미 인천에서 인구 1위인 55만 도시이자 내륙 면적도 1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30년 된 쓰레기매립지와 온갖 유해시설이 몰려 있어 환경 면에선 만년 꼴찌다. 

교통편도 말이 아니다. 서구 원도심의 상징인 가좌권과 석남권에는 2량짜리 지방철도 하나만 다닐 뿐이고, 11만 인구가 넘게 사는 청라국제도시 역시 입주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교통은 여전히 불편하다. 올해 6월 첫 입주를 앞둔 검단신도시도 마찬가지다. 향후 3년간 18만 명이 넘는 인구가 들어와 수도권 서북부의 거점도시로 자리잡을 예정이지만 교통편만 놓고 보면 낙제점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수도권이라고 부른다. 과연 서구는 수도권일까? 수도권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서구는 이슈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한편으론 이 두 가지 이슈를 한 도시가 모두 끌어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진짜 균형발전이고, 올바른 정책적 판단인지 한숨만 나온다. 

이번에 발표된 반쪽짜리 GTX-D노선 등으로는 서울 출퇴근 시 청라국제도시에서 강남역까지 환승 1회에 1시간 14분, 검단신도시에서 강남역까지 환승 2회에 1시간 15분이 걸린다. 하루 왕복에만 3시간을 훌쩍 소비한다. 만약 GTX-D노선이 인천시 원안대로 들어서면 각각 30분, 25분으로 단축된다. 효과가 엄청난데다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은 혼잡률도 최악이다. 인천2호선의 혼잡률은 200%, 공항철도는 217%, 서울9호선은 237%에 이른다. 향후 100만 도시가 돼 서울 유동인구가 두 배로 많아지는 시점에는 3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굳이 교통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번 건은 평소 해 왔던 수도권의 한 지자체, 여러 노선 중 하나로 검토해선 안 될 일임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정책은 선택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효과가 큰 안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성(B/C) 등 객관적인 평가만 따질 게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10년 후 국가 교통망을 좌지우지할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을 세우는 지금이 그 중요한 순간이다. 

환경은 그나마 스스로 바꿔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서구는 이미 자체적으로 해 나가는 중이다. 가령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과 넓은 유휴 부지에 시민공원과 스마트팜, 청소년 미래전당 등을 만들어 꽃과 나무, 희망이 어우러진 쉼터로 바꿔 나가려고 한다. 문제는 교통이다. 특히 광역철도는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손쓸 여지가 없다. 정부 결정에 목매는 이유다. 이 절실함까지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남부광역급행철도는 서울 스스로 필요해서 제안한 구간이다. 이 말인즉슨 이미 서울 인구만으로도 포화상태라는 거다. 여기에 장차 100만 도시가 되는 서구 주민들까지 가세한다면 포화를 넘어 하루하루 전쟁터가 될 것이다. 청라에서 서울로, 검단에서 서울로 가는 유동인구가 한꺼번에 몰리면 최악의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앞서 발표된 노선들로는 이 지역의 교통난을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원안대로 서울에서도 제안한 남부광역급행철도 라인까지 연결하거나 청라에서 서울, 검단에서 서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대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 청라와 검단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인구와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혼잡률, 여기에 그동안 환경과 교통 면에서 소외됐던 지역적 특수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철도 노선을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배치하는 큰 그림이 필수다. 그게 바로 교통선진국이고, 국민의 편의를 높이는 사통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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