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오늘은 ‘부부의날’입니다. 「좋은 생각」(2018년 12월호)에 실린 황새의 사랑법을 알고는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어느 마을에 사는 스테판 보키크 씨는 사냥꾼에게 상처를 입은 암컷 황새 멜라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멜라나를 치료하고 가족으로 맞이했지만 멜라나는 더 이상 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멜라나는 수컷 황새 클레페탄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둘은 부부의 연을 맺고 보키크 씨의 지붕에 있는 둥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황새는 철새라서 클레페탄은 여름이 끝날 무렵 남쪽에 있는 남아공으로 떠나야만 했으니까요.

그런데 떠났던 녀석이 이듬해 봄이 되자 다시 찾아왔습니다. 남아공에서 이곳까지는 무려 1만3천㎞나 되는데 말입니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아내를 찾아오는 여정을 계속했고, 그 사이 새끼들도 낳았다고 합니다.

날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매년 찾아오는 클레페탄! 그가 없는 동안 멜라나를 극진히 보살핀 스테판 보키크 씨의 헌신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무려 16년 동안이나 그 먼 거리를 힘겹게 날아 아내를 찾아온 클레페탄의 순애보입니다.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황새 부부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배연국의 행복편지’(2015년 5월 29일)에 앙리 기요메의 기적 같은 사연이 있습니다.

그는 한겨울에 안데스산맥에서 조난을 당했습니다. 동료들은 그가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여겼지만 그는 실종된 지 5시간 만에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기요메 자신도 처음에는 혹한을 견디지 못해 죽으려고 눈밭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때 혼자 남겨질 아내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나 없이 무슨 수로 혼자 살아갈까?’라는 생각 끝에 자신이 가입한 보험료로 아내의 삶을 지켜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이 실종되면 4년이 지나야 사망이 확정됐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는 보험료를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기요메는 자신의 시신이 쉽게 발견될 수 있도록 50m 앞에 있는 바위까지만 가기로 했습니다. 사력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눈길을 헤쳐 나갔습니다. 그러한 발걸음이 결국 그를 생명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아내를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생환의 기적을 만든 겁니다.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육신을 일으켜 세운 것은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습니다. 간절한 사랑은 죽음의 기운까지도 물리칠 수 있나 봅니다.

평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부부가 마음 상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결혼할 때만 해도 장점만 보이던 사람이 세월이 흐르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단점이 보이고, 장점이라고 믿었던 것도 때로는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 사람’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입니다. 흔히 ‘네가 이러이러해서’ 사랑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너의 ‘무엇’을 사랑하게 되면 그 무엇이 사라질 때는 어김없이 사랑도 사라져 버립니다. 

날개를 잃은 새는 더 이상 새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아내를 만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날아오는 클레페탄에게 아내 멜라나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그는 무엇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을까요? 죽음의 문턱에서도 홀로 살아가게 될 아내를 위해 혹한 속에서 기어가다시피 바위까지 갔던 기요메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함께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단점을 가진 아내였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었을 겁니다. 그저 자신의 아내이면 충분했을 겁니다. 

이제야 조금 알 듯싶습니다. 부부이든, 연인이든 또는 자식이든 그냥 ‘너’이면 충분하다는 것을요. "왜 나를 사랑해?"라는 질문에 "그냥 당신이니까!"가 유일한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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