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아동학대 이제 그만! 우리의 책임입니다’ 캠페인을 진행 중인 가운데 가정 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부모가 자녀를 훈육하며 시작된다"며 "부모의 정서지능을 키워야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3년부터 경기북부 아동학대 사례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아동학대는 어떻게 시작되나.

▶생후 24개월 미만의 아동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달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아이의 뇌는 흔들렸을 때 성인에 비해 다칠 위험이 30배 이상이다. 아이의 뇌는 어른보다 수분이 많고, 부딪혔을 때 타격이 더 심하다. 뇌는 몸에 비해 큰 장기로 성인은 몸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2%지만 2세 이전의 아이는 10%나 된다. 이 시기에 부모들은 대부분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흔든다.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나 본인도 모르게 더 세게 흔들게 되는데 이때 아이의 뇌가 다칠 위험이 크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는 아이들에 대한 학대는 ‘훈육’에서 시작된다. 훈육에 ‘감정’이 섞이며 학대로 발전하는 것이다. 훈육 시 학대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모 본인이 ‘화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녀 훈육 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거나 떼를 쓸 때 ‘아이’라서 그런 거라 인지하고 시작해야 한다. 특히 아이의 ‘행동’을 혼내야지 아이를 혼내면 안 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본능이 강하다. 부모에게 잘 보이려 자연스레 지적받은 행동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너는 못된 아이야!’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면 반발심이 생기고 상처를 받으며 정작 행동도 고쳐지지 않는다.

아이를 훈육하기 전 부모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게 우선이다. 인간의 뇌는 감정이 폭발하면 90초간은 어떤 외부 요인으로도 그 감정을 케어할 수 없다. 아동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고 있다면 일단 90초간 안아주거나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며 감정을 풀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이유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이해시키는 게 좋다. ‘네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엄마가 슬프다’는 식으로 전달해 공감대를 형성하면 상처를 주지 않고 행동을 고칠 수 있다. 즉, 훈육에 있어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고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개인적 견해는.

▶체벌 등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이 민법에서 삭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를 인식하고 있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제도적·사회적으로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는 환경은 과거보다 안정됐지만 부모에게서 오는 문제는 여전하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학대가 많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는 존재’다. 학대는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감정을 푸는 방식’인데, 아이는 이를 자신도 모르게 학습해 학대가 대물림될 수 있다.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하고 무엇보다 올바른 양육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교육, 아이에 대해 이해하는 교육 등 스스로 정서지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