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현 가평소방서장
구본현 가평소방서장

봄과 여름은 생명과 활력을 상징하는 계절이지만 화재 및 산불, 산악사고 예방 등 안전 분야에 또 다른 과제를 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는 자는 사이 화재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인식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지나 대피시간을 놓칠 확률도 높다. 그런 위험을 먼저 감지해 화재로부터 묵묵히 우리 집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주택용 화재경보기라 부른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작은 영웅들 ‘주택용 소방시설’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화기와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은 화재 예방 장비들이다. 소화기 한 대는 약 2만 원,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약 1만 원으로, 3만 원으로 우리 집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2017년 2월부터 소방법령상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설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과 ‘우리 집은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외면을 받고 있다. 

소방청이 최근 5년간(2016~2020년) 화재를 분석한 결과 봄철이 5만9천563건으로 사계절 중 29%를 차지해 가장 빈도 높은 화재 비율을 보여 주는 것으로 조사됐고, 최근 5년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는 전체 화재 사망자의 42%이며 매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평소방서는 비교적 적은 인력에 서울의 1.4배나 되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어 출동 시 외곽 지역까지의 거리가 멀어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가평소방서는 고지대 및 주택밀집지역 중 취약지역 대상으로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있으며, 주거시설 거주자 대상 소화기 사용법 및 대피 요령 등 화재 시 초기 대응사항 교육, 소방안전지킴이 등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한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화재 없는 안전마을 지정·관리 및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료 보급 및 설치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목표 설치율은 93.5%이다. 

실제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를 사용해 화재 피해를 저감한 사례가 최근 2차례 있었다. 3월 9일 가평군 청평면 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불이 났는데, 식당 직원이 타는 냄새가 나 주변을 확인하던 중 불이 난 걸 발견하고 주변에 알린 후 곧바로 119신고와 비치된 소화기로 연소 확대를 방지해 초기에 끌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4월 17일 가평군 북면 한 펜션 보일러실에서 화재가 났지만 펜션 소유자가 소화기 3대를 사용해 자체 진화에 성공하며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가 주택용 소방시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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